인간을 웃기고 울리는 스토리텔링의 정체는 무엇인가? 문학적 질문에 과학으로 답하다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우리들이 할머니 곁에 모여 앉는 이유는? 평범한 일상을 순식간에 뒤바꿔 버리는 마법의 주문 ‘그러던 어느 날’이 모두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까닭은? 바로 이야기이다. 인간은 말 그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에 빠져든다. 오늘날 현대인이 수시로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은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매체이다.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며,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친구와 떠는 수다, 혼자 있을 때 하는 공상, 잠자며 꾸는 꿈은 모두 ‘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요컨대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과학과 문학이 교차하는 새로운 인문학을 개척하고 있는 영문학자 조너선 갓셜은 진화 생물학, 심리학, 신경 과학의 최신 연구를 동원해 인간의 스토리텔링 본능을 탐구한다. 우리가 꾸며 낸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설을 읽으며 울고 웃는다는 역설은 직접 정서를 체험할 때나 남이 체험하는 것을 볼 때나 똑같이 활성화되는 ‘거울 뉴런’으로 풀린다. 지난밤 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꿈의 의미는 신비한 계시가 아니라 ‘나’의 문제를 고치기 위한 뇌의 작용으로 설명된다. 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겪고도 마침내 승리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보러 사람들이 극장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인과응보를 토대로 삼는 픽션이 인간의 도덕성과 사회성을 함양한다는 심리학 실험으로 뒷받침된다. 과학이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코맥 매카시의 작품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 주듯 과학은 그들의 이야기가 왜 그토록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