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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전통 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 ・

    2013 spring
자연 전통 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 ・
  <심>은 자연, 전통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한 문화를 담아 미래로 잇는 KGC인삼공사의 매거진입니다. ‘심’은 인삼의 우리 고유어입니다.




                                                                                   오브제                    사람            장소
                                                                            봄, 보드라움을 맛보다               쌈지농부 천재용     긴즈버그 베이커리




 Contents                                                흙살림
                                                     충북 제천 황기재배농가
                                                                    04 05 10 14

                             그림 에세이
                           윤두서 나물 캐기
                                        18 24                                              치유밥상
                                                                                     김수영 작가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홍삼 요리
                                                                                                      28 32
                                         깊이 머물다                                                           명인           전통예찬
                                        천 년의 도시 경주                                                    중요무형문화재 10호   서울대 국악과 힐러리




                           36                        38 42 43
                                                                                                       나전장 이형만      바네사 핀첨 성 교수




                                                                                                        행복 나눔
                                                                                                       번동코이노니아
                                                                                                      장애인사회복지시설



                                                          꾸밈
                                                      달항아리 모티프




                           50 56                                    58                                60 62
                                                      아이템으로 꾸미는
                                                        집 안 단장




                            정관장&예술        건강지킴                         홍삼을 알다                                        정관장을 만나다
                           정관장 알파프로젝트   봄철 알레르기 질환                  피로 개선에 좋은 홍삼                                    정관장과 함께하는
                                                                                                                     건강한 24시간




<심> 2013년 봄호 (통권73호)
발행인 방형봉 편집인 박정환
발행처 KGC인삼공사 홍보실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416 KT&G타워 15층
1588-2304, www.kgc.or.kr
제작처 (주)디자인하우스 www.design.co.kr
DES사업본부 02-2262-7492
본부·편집장 이상윤 책임편집 박혜림
에디터 박동수, 윤연숙, 장선애, 최수정
아트디렉터 황혜림
디자이너 윤범식, 최연희, 오신혜 객원디자이너 심혜진
사진 이우경, 김동오, 이경옥, 이명수, 김규한 교정 교열 박영혜
                             ·
제작 이성훈, 민나영 출력 ing Process
인쇄 (주)대한프린테크 02-2635-5991
視覺




味覺

     六感滿足
                <심>은 자연, 전통과 호흡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味覺 觸覺
                건강한 문화를 담아 미래
     로 잇는 매거진입니다. 건강한 상태란 결국
嗅覺
     몸으로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오감과 마
     지막 하나인 정신세계로 가늠하는 육감이
     온전히 살아 있는 상태를 말할 것입니다.
     2013년 <심>은 매거진 도입부에 ‘육감만족’이
     란 섹션을 두고 사람의 여섯 가지 감각에 대
     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하며 감각이 열
     리는 통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 첫 호의
聽覺   주인공은 미각과 촉각입니다. 이제 페이지를
     넘기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觸覺




六感
봄, 나긋나긋한 보드라움을 맛보다
‘맛있다’,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말이다. 사람들이 흔히 ‘맛있다’라고 할 때 ‘맛味’을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혀를

통해 느껴지는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향이 좋아야 군침이 도는 법이며, 아삭하

거나 혹은 보드레한 식감과 씹는 소리까지 만족할 때 비로소 ‘맛있다’라고 이야기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오감을 자극하는 행위도 없을 것이다. 봄이 왔다. 겨우내 둔감해진 우리의 감각을 깨울 시기이다. 오감 중 이제부

터 맛을 느끼는 미각과 식감을 느끼는 촉각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봄에 자라나는 미완성의 나긋나긋한 제철 식

재료를 통해 우리의 미각과 촉각을 깨우고 살리면, 이 봄, 느껴지는 맛이 다를 것이다.
六 感 滿足                            오브제 _ 봄, 보드라움을 맛보다
                                                       4
 味覺   觸覺 :	한국인의 미각과 촉각을 깨우고 살린다                        글 박혜림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경옥
                                                       스타일링 메이
                                                       (메이테이블)
입 안에서 새콤달콤한

폭죽이 터지는 맛,

한라봉

그 옛날 신선이 사는 세상인 ‘선계仙界의

맛’이라 극찬 받으며 일반 백성은 맛보기

도 힘든 귀한 과일이었던 감귤. 지금이야

감귤 없는 가게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

도로 흔해졌지만 몇 백 년 전만 해도 감

귤은 뭍사람들에게 황금과 같은 열매였

다. 제주에서만 나고 자라는 감귤 중에

서도 단연 큰 형님 대접을 받는, 초봄이

되면 찾아오는 귀한 손님, 한라봉. 겨울

이 제철인 밀감과는 달리 봄에 맛이 절

정인 한라봉은 툭 튀어나온 꼭지가 한라

산을 닮았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 일반

감귤보다 새콤달콤한 맛이 진하고,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으며, 비

타민이 많이 함유돼 초봄 막바지 한파를

이겨낼 면역제 역할을 한다.
                                    6




                                2013 SPRING
한라봉은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뛰어난 항
산화제로 알려져 있다. 한라봉은 껍질이 얇은 것이
당도가 높다. 껍질이 아주 들뜨거나, 주름이 많이 진
한라봉은 신맛이 강하거나 싱거운 경우가 많다. 금방
수확한 것은 푸석하고 즙이 적으며 진한 맛이 없어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
피하는 것이 좋다.
쫄깃한 속살의 짭조

름한 감칠맛,

봄조개

봄이 되면 하류로 흘러든 봄조개를 캐

는 손길로 분주하다. 대개 5월에 산란

기를 맞는 조개는 부화할 채비를 앞두

고 살집을 키우는데, 그렇기에 봄조개

가 가장 맛있고 영양도 가득하다. 가을

전어, 봄조개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모

시조개, 백합, 새조개, 키조개, 바지락

등 고단백 식품인 조개는 향이 강하지

않으며 짭조름한 감칠맛이 있다. 보드

라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풍미를 더한

다. 익혀서 먹어야 하는 조개는 주로 시

원하게 국물을 내는 요리에 이용하지

만 데쳐서 살만 발라내 조물조물 무쳐

도 나른한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다.

조개는 간 기능 개선, 콜레스테롤 감소,

시력 보호 효과도 있다고 하니 봄날 마

다할 이유가 없다.


조개에는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트레오닌이 풍부
해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단에 영양을 높여
준다. 하지만 쉽게 상할 수 있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개를 고를 때는 껍질이 단단하고
광택이 있으면서 껍데기가 깨진 것은 피한다.
기운을 북돋는 아삭

하고 쌉싸래한 맛,

봄나물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향긋한 나

물. 봄기운을 듬뿍 받은 여린 잎의 연두

빛깔 봄나물은 겨우내 잠들어 있던 감

각에 생기를 불어준다. 두릅, 달래, 냉

이, 씀바귀, 쑥, 돌나물, 취나물, 원추

리, 유채 등 봄나물 종류는 많고 많다.

봄나물은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아삭

한 식감으로 미각은 물론 촉각까지 자

극한다. 봄나물에는 다른 계절에 나는

채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생명

력이 담겨 있다. 또한 비타민과 무기질

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

고, 기운을 돋워주며, 입맛을 되살려준

다. 봄나물로 국물 요리를 할 때에는 마

지막에 넣어 구수한 향미를 내도록 하

며, 무칠 때에는 양념을 강하게 하지 말
                                    8
아야 한다. 삶을 때는 살짝 데쳐 신선함




                                2013 SPRING
을 유지해야 한다. 나물의 씹히는 소리

가 잠자는 감성을 깨워줄 테니 말이다.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봄나물 중 맛과 향을 최고로 치는 어린 두릅 순은 길




                                  ·
이가 짧고 통통한 것이 좋으며 잎이 퍼지지 않은 것
이 향도 좋고 맛도 좋다. 취나물은 연하고 짙은 녹색
을 띤 것이 맛있고, 넘나물이라고도 불리는 원추리는
잎이 피지 않은 통통하고 연한 것이 제일이다.
달달한 바다향 머금

은 물큰한 맛,

멍게

겨우내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 있다 벚

꽃이 바람에 날리고, 동백꽃이 떨어질

때쯤 붉은 몸을 물 밖으로 내미는 멍게.

양식장에서 멍게를 끌어올릴 때 “바다

에 꽃이 핀다”고 말한다. 긴 줄에 촘촘

히 박혀 올라오는 붉은 멍게가 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뭍의 봄꽃이 달콤한
향을 품고 있듯 바다의 꽃도 달콤한 바

다의 맛을 제 몸 가득 담고 있다. 멍게

는 독특한 향에 맛이 상큼하고 달콤해

먹고 난 후에도 한동안 그 맛이 입 안에

감돈다. 단단한 돌기 속에 감춰진 물큰

한 속살 특유의 맛은 불포화 알코올인

신티올 때문인데, 근육 속 글리코겐의

함량이 다른 동물에 비해 많은 편이다.


자연산 멍게는 양식 멍게보다 돌기가 크며 검붉은색
을 띤다. 싱싱한 멍게는 껍질의 색이 붉고 단단하다.
깐 후에는 속살이 오렌지색으로 특유의 향이 있다.
멍게의 껍질도 먹을 수 있는데, 껍질에는 콜레스테
롤, 혈당을 감소시켜 변비를 방지하고 비만을 예방하
는 효과가 있는 기능성 식품의 신소재인 고농도 천연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六 感 滿足                                사람 _ 쌈지농부 천재용
                                                              10
 味覺   觸覺 :	한국인의 미각과 촉각을 깨우고 살린다                               글 장선애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우경




소박함과 촌스러움의 건강학
쌈지농부 천재용
농부의 손이라 함은 자고로 뭉툭하니 투박하게 생겨서 묵은 흙때까지 거칠게 끼인 손일 테다. 검게 그을려

깊게 주름까지 패인 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대대손손 땅을 일궈 살림 일으키던 시절을 그리노라면 애틋

함에 핑그르르 눈시울이 축축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데 지금은 이천, 하고도 십삼 년. 이 젊은 남자

는 이토록 트렌디한 공간에서 농사의 새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고단하고 울적한 세월 대신 건강하고 생동

감 넘치는 농사의 오늘을 똑똑히 대면하고서 말이다. 2000년대 초호황을 누리던 패션 브랜드 쌈지의 디자

이너 천재용. 쌈지를 키운 천호균의 아들인 그가 농사와 관계있는 삶을 살았을 리 만무하다. 서울에서 나

고 자라 미술을 공부했던 손은 보나마나 그답다. 다만 그는 지금 이렇게 외친다. “농사가 예술이다!” 그는

마치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회운동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 예술을 하는 것 같기

도 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신기하게도 진짜 ‘농사’다.
1
3




                                                                                                                        4




                                                              1 쌈지농부가 운영하는 유기농 식품점 농부로부터. 농부로부터가 추구하는 밥상의 핵심은 소박함이다.
                                                              생각대로 실천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 천재용 대표는 지금 채식을 하는 중이고, 사과 한 알, 양파 한 알의
                                                              건강함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2 친환경 문구, 재활용 패션 상품 등 착한 상품을 판매하는 쌈지농부의
                                                              또 다른 브랜드, 생태가게 지렁이다. 3, 4 농부로부터에서 살 수 있는 식재료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
                                                         2
                                                              이는 디자인의 핵심은 촌스러움으로, 도시 안에 정겨움을 간직한 시간이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도시농부의 밥상과 마주 앉아 생각하노니

                          하대해서는 아니 될 일이었다. 어디서부터 싹튼 교만이란 말인가. 논밭을 갈아엎고 빌딩숲이 들어서는 동안 우리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농사가 삶의 근원이라는 진리. 그것은 만고불변, 절대 이치다. 농경과 더불어 인류 문명이 발달한 것을 두고 신석기 혁명이라 하는 것, 영어

                          권에서 문화 ‘culture’가 농사짓다 ‘cultivate’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것은 한 번쯤 다시 새겨봄직한 일이다. 도시농부 천재용이 우리와 다른

                          데가 있다면, 이를 좀 더 일찍 알아봤다는 것이다. 갈아엎었던 논밭을 빌딩숲 옆에 다시 들이려는 생각,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농부가 되어

13                        농사지을 수 있다는 생각을 그는 ‘쌈지농부’라 명패를 내건 4년 전에 일찌감치 했던 것이다. 쌈지의 문화마케팅이 쌈지 브랜딩, 혹은 한국
2013 SPRING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아는 이라면 그 예민한 감각을 필시 선견지명이라 일렀을 것이다.

                          “농사와 예술은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어요. 작가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 농부가 농작물을 대하는 마음은 거의 같아요. 몸을 써서 만

                          들고 창조하는 것, 그 결과가 예술 혹은 쌀인 거죠. 작가들과 일할 때 그들의 생각이나 이미지를 활용했다면 지금은 농부의 생산물을 활용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하는 것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농사는 예술이다’라는 말도 쓰게 됐어요.”
  ·




                          그래서 그는 신진 작가를 찾는 데 집중하던 예전과 같이 신진 농부를 찾고 있다. 도시에서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가꾸는 이들, 지방의 소농

                          등 숨어 있는 농부를 찾는 것이 쌈지농부가 하는 일이다. 전통 농가가 키워내는 생산물에 비해 양도 적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이들의 감자

                          와 토마토에 디자인이란 옷을 입혀 부가가치를 높이고 판매를 도와 이익을 나누는 것이 쌈지농부의 수익 구조다. 이런 농작물의 유통과 소

                          비를 위해 ‘농부로부터’라는 유기농산물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웰빙, 유기농, 에코, 로가닉. 식생활을 둘러싼 키워드는 많지만 핵심은 소박함이라고 생각해요. 몸을 가볍게 하고, 생각을 가볍게 하는 것

                          이죠. 그러려면 소박하고 단출해야 해요. 농부로부터가 만드는 밥상의 키워드는 그래서 ‘소박함’입니다.”

                          예전이야 먹을 것이 없어서 먹을 것에 집중했다지만 요즘처럼 먹을 것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야 이왕이면 제철에 나는 좋은 음식을 제때 먹

                          고, 그중에서도 토종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유기농 양계 농가에서 생산된 유정란을 닭이 낳은 그날 배송해 24시간

                          내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소비 유통 시스템을 만드는 식이다. 농사, 도시농부, 유기농, 바른 먹을거리, 소박함, 토종, 디자인, 예술. 천재용

                          을 대변하는 키워드들은 어쩐지 삶의 의미를 일상에서 찾아보려는 이들의 작은 반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바르게 생산된 것을 가치

                          있게 소비하려는 건강한 풍토라 치환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이유가 결국은 매일 대면하는 밥상에 있

                          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가 결국은 무엇을 생각하느냐와 다른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六 感 滿足                            장소 _ 긴즈버그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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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味覺   觸覺 :	한국인의 미각과 촉각을 깨우고 살린다                    글 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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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경옥




천연 효모로 만든
착한 빵이 있는 곳,                       긴즈버그 베이커리
‘No sugar, No butter, No milk’를 외치는 빵집이라니. 설탕은 물론 버터와 우유까지 들어가지 않은 착한 빵이 세

상에 존재해?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Yes!’라 답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착한 빵집, 긴즈버그. 이곳에서 만드는 행복

과 건강을 담은 빵들은 대한민국 곳곳으로 흘러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고 있다. 서울에 젠체하는 빵집에

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는 긴즈버그를 찾았다.
자연과 순리를 따르는 착하고 여유로운 베이커리


꼭 필요한 것들만 들어 있는 긴즈버그 베이커리의 빵들처럼, 매장 내부도 심플하고 조촐하게 꾸몄다. 긴즈버그와 이웃하는 예술인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앨런 긴즈버그 피규어와 책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매크로바이오틱 빵을 만드는 곳답게 주방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데, 운이 좋으면 빵을 굽거나 반죽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 맑고 공기가 좋기 때문인지 유독 많은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양평에서 긴즈버그는 예술인들의 사랑방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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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먹을거리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못

                                           먹어서가 아니다.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문제다. 칼로리, 지방, 화학 첨가물 과잉 섭취로 우리 몸

                                           의 균형은 서서히 파괴되기 시작했다. 자연에서 얻지 않은 인공 음식들이 우리의 미각을 마비

                                           시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이제 ‘먹는 것’이 아니라 ‘먹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맛을 위한 음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몸을 위한 음식, 가볍게 만들어 건강하게 사

                                           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해 착한 빵을 만들고 있는 베이커리, 긴즈

                                           버그. 설탕, 우유, 버터는 물론 합성 글루텐 등 먹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일절 배제한 착한 빵들

                                           이 숨 쉬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흐르고, 우거진 숲이 있고,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지는

                                           공기 좋은 양평과 썩 잘 어울리는 긴즈버그가 문을 연 것은 2년 전. 세상이 점점 포악해지는 이

                                           유를 먹을거리에서 찾은 조진용 사장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줄 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그것이 인간을 순화시키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품고 긴즈버그를 열었다. 우리나라에
설탕과 버터, 우유가 들어 있지 않은 빵맛이 궁금했다. 착하긴
하지만 맛은 없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긴즈버         서는 유일하게 유기농밀 100%를 사용하고, 설탕과 버터, 우유 대신 유채꽃 기름, 해바라기씨,
그의 빵맛은 100점 만점.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빵에 바질, 호두,
                                           꿀을 넣고, ‘긴즈버그’라 이름 붙인 천연 효모로 빵을 굽는 긴즈버그. 그야말로 자연과 순리를
아몬드와 말린 과일을 넣어 부족한 맛을 채워줘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빵 가격 또한 착하다. 한 개당 2000원이다.           따르는 착하고 여유로운 마음의 집합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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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용 사장은 원래 일본에서 활동하던 잘나가는 마케터였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빵. 먹을 때는 행복
                          지금은 대중화된 태블릿PC를 휴대전화도 나오기 전에 만들어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하지만, 먹고 난 후에는 속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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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가 되었던 인물. 그랬던 그가 어느 날 문득 기계가 지겨워
                          졌다고 한다. 기계를 만드는 대신 빵을 굽기 시작했다. 차갑고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일까? 우리가 흔히 먹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빵에는 상상할 수 없
                          날카로운 기계 대신 착하고 둥근 빵을.
                                                               을 만큼 많은 양의 합성 글루텐이 첨가된다. 빵을 먹은 후 신물이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콤함과 부드러움으로 미각과 촉각을 속이지만 정작 우리 몸에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인공

                                                               적인 것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천연 효모로 10시간가량 자연 발효시킨 긴즈버그의 빵에는

                                                               맛은 물론 건강까지 담겨 있다. 빠른 것이 미덕으로 통하는 요즘 세상에서 10시간 발효라는 것

                                                               이 미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은 자연식,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내가

                                                               된다는 철학이 긴즈버그의 아침을 부지런히 깨운다. 인공 배양한 이스트에 비하면 천연 효모

                                                               는 부족함이 많다. 전쟁 때 군사들에게 빠르게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이스트가 효모 최정

                                                               예 부대라면, 천연 효모는 오합지졸이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효모들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

                                                               각자의 결함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메워줄 것이란 생각, 그것에서 비롯된 긴즈버그이다.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긴즈버그의 빵은 매일 100개만 판매되고 있다. 착한 빵을

                                                               만나고 싶다면 조금 서둘러 양평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깊이 머물다 _ 천 년의 도시 경주
문화와 자연의 숨결이 빚은
경주가 풀어놓은 이야기
글 윤연숙 디자인 윤범식 사진 김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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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산에 언덕에 기와지붕 초가지붕 양동마을
                                          ,
                          ‘경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신라 천 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 도시라는 것. 하
                          지만 경주에는 신라의 역사만 새겨진 것은 아니다. 경주 시내에서 포항 쪽으로 30여 분을 차로 달리면 조
                          선 500년의 숨결이 그대로 이어지는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월성 손씨月城 孫氏와 여강 이씨驪江 李氏 종가가 전통
                          을 이어온 양동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세대를 이어 삶을 영위하는 살아 있는 유산, 600년 전 선조가 살던
                          가옥과 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된 곳, 그리하여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은 시
                          간이 멈춘 듯 산속에 오롯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양동마을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산기슭에 옹기종기 모여          양동마을
                                                                                            15~16세기 이후 월성 손씨, 여강 이씨 두 가
                          있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 지대에는 그 옛날 양반들의 가옥이었던 기와집이 있고, 낮          문이 대대로 살아온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양

                          은 지대에는 하인들의 초가집이 기와집을 에워싸듯 형성되어 입체적인 풍경이었다. 그 아래에는 연꽃 밭           반마을로 동족집단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현
                                                                                            재 160여 호의 크고 작은 옛집과 20여 점의
                          이 펼쳐져 있다. 이른 봄인 지금은 연꽃의 향내도 자태도 확인할 길이 없지만, 늦여름에는 그야말로 장관         지정문화재가 있으며,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

                          을 이룬다고 하니 그때 다시 한 번 찾아야겠다. 마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는 성주봉에 올랐다. 택지를         자료 제189호로 지정돼 있다. 2010년 7월 안
                                                                                            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마을: 하
                          정할 때 가장 이상적이라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인 양동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과 수려한 전통 가옥이 정감          회와 양동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
                          어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공존의 대상으로 여기며 아름다운 마을을 만든 옛 선          재되었다. 영남 4대 길지(吉地) 중의 한 곳으
                                                                                            로 꼽힌다.
                          조들의 지혜와 미적 안목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초연히 세월을 견뎌온 160여 호의 전통 가옥에는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자손들이 그대로 거주하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가문이 풍기는 절제되고 고귀한 향취가 흐르다
21                        양동마을에는 임진왜란 이전에 지어진 양반 가옥이 4채나 남아 있다. 향단(보물 제412호)과 무첨당(보물
                          제411호), 관가정(보물 제442호)과 서백당(중요민속자료 제23호)이 그것이다. 마을 어디에서든 보이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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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 구조가 화려한 ‘향단’은 조선 중종 때 회재 이언적 선생이 편찮으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경상도 관찰
                          사로 재임하면서 지은 집이다. 99칸 중 현재는 50여 칸만 보존되어 있지만 양동마을을 대표하는 가옥답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게 우아하고 기품 있는 모습이었다. 향단에서 나와 좌측 언덕으로 향하면 ‘관가정’을 만날 수 있다. 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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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돈 선생이 분가해 살던 집으로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아 마음 놓고 구석구석 살펴보기 좋았다. 또 형
                          산강과 경주를 품어 안은 경관도 인상적이었다. 마을의 정겨운 일상과 마주하며 골목길을 따라 안골로 들
                          어가면 산 중턱에 ‘서백당’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온전히 남아 있는 살림집으로 가장 오래된 집
                          이자 우재 송중돈과 회재 이언적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현재는 손씨 가문 25대 손이 지키고 있다. 서백당
                          이 손씨 종택이라면 ‘무첨당’은 이씨 종택으로, 별당으로 지었지만 제사를 지내거나 문중의 큰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곳이다. 무첨당 마당에 꼬리 없는 경주개 ‘동경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낯선 이의 방문에도 무덤덤
                          하고 심드렁한 모습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갔음을 짐작케 했다. 양동마을 대개의 집들은 비교적 개방
                          적이었다. 물론 집 안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구불구불 마을길을 천천히 걸으며 가지런히 늘어선 장독
                                                                                            1 양민공 손소공이 성종 15년(1454년)에 지은
                          대, 입춘대길이 붙어 있는 기둥, 낡은 자전거 등 집집마다의 세간을 기웃거리는 경험도 색다른 재미를 주었
                                                                                            월성 손씨의 종가인 서백당은 하루에 참을 인자
                          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더불어 마을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양동마           를 백 번 쓰다는 뜻으로 근래에 와서 굳어진 당
                                                                                            호이다. 2 가지런히 늘어선 크고 작은 항아리들.
                          을을 찾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양동마을은 보듬어 지켜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3 입춘대길 글귀가 붙어 있는 기둥. 입춘을 맞아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던 세시풍속이 살
                          자리 잡길 바란다. 양동마을이 그 향취를 잃지 않고 더욱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말이다.                아 있는 양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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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대성 화백은 그림뿐만 아니라 글씨에도 능하다.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 날마다 글씨를 써야 한다는 그는 글씨와 그림이 둘이 아니라 일체라고 말한다. 필법을 통과치 않으면 제대로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말
    한다. 2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의 낙관(落款)들. 소산이라는 호는 그가 열아홉 살 때 그의 조부께서 이름(大成)이 너무 커 지어주신 것이다. 3 박 화백이 매일 쓰는 글씨와 수묵화. 4 새로 지은 작업실 한쪽.
    박 화백의 대작이 탄생하는 공간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소탈하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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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3                                       4
경주 화가 소산 박대성 화백
                          삼릉으로 향하는 길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경주다웠다. 삼릉에 다다르니 언제부터 이곳에
                          뿌리내렸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천 년 신라왕들의 무덤 옆에 거의 예외
                          없이 자라고 있는 도리솔이다. 아직은 겨울빛을 다 걷어내지 못한 햇살이 도리솔 가지 하나하나마다 내리
                          꽂히고 있었다. 이곳 삼릉 옆에 우리나라 대표 한국화가 박대성 화백의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그
                          가 손수 지은 ‘불편당不便堂’이라 당호를 붙인 집을 찾았다. 육신을 불편하게 해 정신을 깨우고자 하는 그의
                          내면세계를 구현한 집으로 천장도 낮고 화장실도 멀어 그 집에 사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집. 하나 지
                          금은 헐어 그 풍경도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10년 주기로 작업실을 옮깁니다. 한 군데 머무른 적이 없어
                          요.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변화 때문입니다. 인간은 적응해야 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만
                          들어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일생을, 몇 대를 살 것처럼 집을 짓지만 때가 되면 미련 없어 떠납니다.” 새로
                          지은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묵향이 풍겼다. 화폭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불국사의 모습이 담겨 있
                          었다. 그는 작품 열에 일곱은 경주를 담는다. “40대 초반 즈음부터 50대 중반까지 사막, 고산, 오지 등 문
                          명이 정지되어 있는 곳들로 여행을 다니면서 작업했어요. 다른 나라의 풍경과 자연은 어떤가에 대한 의문
                          을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요. 뉴욕에서도 1년을 보냈어요. 그러다가 과연 내가 어디서 터를 잡고




                                                                                                                                                                                                                                                                                                                                                                                                                                                             천년배산, 박대성, 한지에 수묵 담채, 240×900cm, 1996
                          이후의 삶을 꾸려가는 게 좋을까 생각했더니 경주더라고요. 천 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한 왕조의 도읍이었
                          던 곳, 분명 거기에는 장점이 있을 테니까요. 경주는 자연이 좋아요. 좋은 자연이 있으니 좋은 역사도 따르
                          고요. 경주에는 그런 정황들이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어요. 그것들을 그려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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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가르침이 붓놀림으로 살아나
                          박대성 화백은 정규 미술 교육은 물론 어떠한 별도의 교육도 없이 자연을 스승 삼아 독학으로 그림을 시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작하고 대성한 화가로도 유명하다. 박 화백은 1974년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공부할 때 송원명대의 주옥같
  ·




                          은 대작을 보고선 그 그림의 골짜기에서 나오는 바람을 맞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고, 그런 경험이 오늘날
                                                                                                                                                차지하는 등 동양화단에서 이변을 일으킨 작가이다. 다섯 살이던 6.25 때




                                                                                                                                                                                                                                                                                                                                                                        자 대작을 외국(미국 휴스턴 뮤지엄,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뮤지엄 등 유명
                                                                                                    1970년대 국전에서 여덟 번 수상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큰 영향이 되었다고도 회고했다. 비록 제도권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역사 속 위대한 화가들의 대작, 주
                                                                                                                                                                                                                                                                                 독학의 길을 걸었다. 겸재 정선·변관식·이상범에 이어 실경 산수(고려시대
                                                                                                                                                                                            부모님과 왼쪽 팔을 잃은 상황에서도 열살에 붓을 들어 묵화부터 고서에 이




                                                                                                                                                                                                                                                                                                                            와 조선 초 중기에 걸쳐 제작된 실경화들을 주로 지칭)의 맥을 잇는 화가이
                                                                                                                                                                                                                                       르기까지 주변의 살아 있는 교본들을 몸으로 느끼고 자기 것이 될 때까지




                                                                                                                                                                                                                                                                                                                                                                                                                   박물관들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에 파는 몇 안 되는 한국화가다.



                          변의 대자연이 그를 만들고 다듬고 성장시켰다.
                          “옛말에 ‘학문을 하기 전에 경經 을 읽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경이란 성인들의 말씀을 먼저 이
                          해하라는 것이지요. 나는 그림을 그리니까 자연을 이해하는 쪽으로 입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연과
                          교감하면서 친화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끌어내야 하지 않는가.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지
                          대한데 요즘 사람들은 그것을 놓치는 것 같아요. 자연법칙과 순환은 인간의 삶에 큰 가르침을 주는 스승
                          인데 말이죠.” 박대성 화백은 최근 서울의 조선시대 풍경을 담아내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조금 늦은 감
                          이 있지만 우리 옛 선조들의 전통문화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경주박물관
                          에서는 ‘우리 그림 교실’을 통해 6년째 일반인들에게 전통 한국화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경주의 자연과
                                                                                           박대성 화백




                          문화 속에서 전통을 되살리며, 칠순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변화와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 박
                          대성 화백. 그의 초연한 태도가 천 년 고도 경주와 꼭 닮았다.
흙살림 _ KGC인삼공사와 함께하는 농가 이야기




   충북 제천의 황기 대농 이용직 씨
               ,

  곧게 뻗은 황기처럼 굳게 뿌리내린 흙의 삶
   글 이명아 디자인 최연희 사진 이우경, 이명수
약초 본고장 제천의 황기 대농
                          《동의보감》에서는 ‘황기’를 “몸이 허약한 것을 다스리는 것으로 기력을 도와주
                          고, 오한과 신열이 나는 것을 멎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에 황기 한 뿌리를 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로부터 황기의 고장으로
                          알려진 충북 제천에서 25년째 황기를 재배해온 이용직 씨의 황기 자랑이 대단
                          하다. 사람의 몸을 보하는 귀한 약재라는 것이다. 황기 전업농이기에 하는 자
                          랑이 아니다. 실제로 약재로 쓰이는 황기는 기운을 회복시켜주는 효능 이외에
                          도 이뇨, 혈압과 혈당 강하, 면역 증강 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
                          직 씨에게 황기는 고맙고 기특한 존재이다.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있으면 뭐라
                          도 심고 가꾸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고, 시골 살림이다. 이용직 씨 역시 마찬가
                          지였다. 약초의 본고장인 제천에서 나서 자란 터라 그에게 황기는 감자, 고구
                          마 농사를 짓듯 익숙한 부업이었다. 더욱이 다른 작물이나 약재와 달리 건조
                          한 상태로 거래되는 까닭에 시세가 맞지 않으면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팔 수 있어 가격도 안정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황기에 대한 애착은
                          더욱 깊어졌고, 더 좋은 황기를 수확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5                        10여 년 전부터는 아예 황기 전업농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재배뿐 아니
                          라 가공, 판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3 SPRING




                                         농부의 발자국 소리로 자라는 황기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




                          “황기는 물이 너무 많아도, 적어도 안 되고, 날이 너무 더워도 뿌리가 썩고….
                          예전부터 제천 황기가 유명했던 것도 그래서죠. 산간 고랭지역의 석회암 사질
                          토양이라 황기가 잘 자라거든요.” 봄에 파종해 가장 늦게 수확하는 황기는 일
                          년 내내 농부의 손을 타야 하는 까다로운 약재다. 제천 지역이 황기 재배에 적
                          합한 기후라 하더라도 밭 관리와 물 관리가 허술하면 수확이 어렵다는 것이
                          다. 특히 황기는 인삼과 마찬가지로 한 번 재배한 땅에선 다시 경작할 수 없
                          어 파종 전 밭을 선정할 때부터 최적의 재배지를 확보하기 위해 산과 들로 바
                          쁘게 움직여야 한다. 하늘 아래 어떤 생명도 정성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듯
                          이용직 씨의 황기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것은 봄부터 겨울까지 수백 번
                          의 손길과 발자국 소리로 황기를 키운 그의 정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황기는 한방 처방인 ‘십전대보탕’ ‘황기별갑탕’ ‘보중익기
                          용직 씨는 5년 전부터 KGC인삼공사와 계약재배를 시작하면서 친환경적인        탕’ 등의 약재로도 쓰이고 있다. 황기는 피로회복과 체력
                                                                         증강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이뇨, 혈압과 혈당 강하, 면
                          재배 관리 시스템이 더욱 강화됐다고 말한다. “KGC인삼공사와 계약재배를
                            ·                                            역 증강 작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려면 파종 전 토양 검사부터 받아야 해요. 흙에서 중금속이 검출되면 아예
                                     경작 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리고 수확한 직후와 가공이 끝난 상태에서 각
                                     각 한 번씩 샘플을 채취해 농약과 같은 유해 물질이 있는지 확인해요. 어떤 농
                                     가에서는 검증 시스템이 너무 깐깐해 못하겠다고 할 정도죠.” 수확한 후 1급
                                     수 세척을 비롯해 건조, 절단 등의 가공 역시 친환경 농산물 시설로 인정된 곳
                                     에서만 할 수 있다. 신뢰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관장 제품의 생약제
                                     로 쓰이는 것이기에 검증이 철저할 수밖에 없다. 흙 한 줌, 물 한 바가지까지 허
                                     투루 사용하지 않을 만큼 KGC인삼공사의 철저한 친환경 생산 시스템에 맞
                                     춰 재배 가공하면서 이용직 씨의 자부심은 더욱 높아졌다. 최적의 기후조건,
                                         ·
                                     KGC인삼공사의 체계화된 검증시스템, 25년의 재배 노하우가 하나로 뭉쳐 수
                                     확된 이용직 씨의 황기는 정관장 제품으로 전국에 뻗어나가 결국 우리 몸의 기
                                     운을 돋게 해주는 ‘약’이 되는 것이다.



                                     나의 다섯 번째 자식, 황기
                                     이용직 씨가 지난해 10만㎡의 대지에서 수확해 KGC인삼공사에 납품한 황기
                                     물량은 8,500kg 정도로, 전국 황기 농가 가운데서 최대 물량이다. 윤작이 불
                                     가능한 까닭에 제천 지역에서 황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없어 올해는 작
                                     년보다 규모가 조금 줄어들 것 같다. 그래도 그는 KGC인삼공사가 있어 황기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어 다행이라 말한다. 봄부터 혹 병이 들까, 물     26
                                     에 뿌리가 젖을까 싶어 노심초사하며 애지중지 돌봐온 황기가 여름 더위를 버




                                                                                     2013 SPRING
                                     티다 수확 2~3개월을 앞두고 뿌리가 썩어 들어가면 다 키운 자식을 잃어버린
                                     듯 그의 마음도 까맣게 타버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것 역시 황기이다. 녹차 밭처럼 푸른 황기 잎이 우거져 초원을 이룬 밭 가운데


                                                                                       ·
중국 황기가 범람할 때는 황기 가격이 한 근에 2,000원     서 있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가슴속 깊이 단단히 뭉쳐 있던 마음
인 적도 있었다. 보통 생산비가 5,000~6,000원 하는데
말이다. 그때 많은 농가가 크게 손실을 입거나 황기 농사      도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이다. “황기는 제 다섯 번째 자식이자 인생의 은인이
를 그만두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KGC인삼공사와의
계약으로 가격 보장은 물론 판로까지 확보되어 농가에선
                                     죠. 제 삶의 마지막 희망이 있다면 제 이름을 붙여 황기를 판매하는 거예요.”
마음 놓고 농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직 씨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황기를 일반 판매해 전국에서 ‘이용직
                                     황기’라면 누구나 믿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단다. 평생을 황기와 함께한 그의
                                     마지막 꿈 역시 ‘황기’다. 과거에는 황기가 자신의 삶과 가족을 돌보기 위한 수
                                     단이었다면 지금은 어느새 자신의 삶 자체가 된 황기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
                                     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것이다. 흙은 언제나 정직하다. 쏟은 정성만큼, 시간
                                     만큼, 노력만큼의 결과를 우리에게 돌려준다.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자라고
                                     삶을 꾸려온 우직한 농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곧은 마음과 넉넉함은 그래서
                                     일 것이다. 그리고 평생을 흙에서 살아온 이용직 씨의 짙은 애정과 자부심이
                                     녹아 있는 황기는 흙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흙은 언제나 정직하다.
    쏟은 정성만큼, 시간만큼의 결과를 우리에게 돌려준다.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자라 하나의 뿌리로 곧게 뻗는 황기처럼
            그의 삶도 어느새 황기를 닮아가고 있다.
명인 _ 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 이형만




                           1
담담히 연마하는 광채
                                                                              나전장 이형만
                                                                              글 장선애 디자인 최연희 사진 이명수




                                                                              내가 태어난 시골집 안방에도 자개장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엄마는 대가족 부엌살림에, 밭일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마른걸레질을
                                                                              잊지 않았다. 엎드려 방을 훔쳐내는 사이사이 아주 잠깐이었지만 장
                                                                              을 닦는 손끝을 따라 활짝 핀 매화가, 또 훨훨 나는 두루미가 엄마 가
                                                                              슴에 가 박히는 것 같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참 애잔한 풍경이다.
                                                                              없는 살림에 해 보낸 혼수래 봐야 그 시절 어느 집에나 한 번쯤은 자
                                                                              리했을 물건이었을 테지만 적어도 그 자개장이 엄마에게만큼은 어른
                                                                              이 되어가는 삶의 어떤 매듭 같은 것으로 남았을 것이다. 어지간한 살
                                                                              림집에서 자개 장롱이며 문갑, 그릇장, 경대를 세트로 맞춰 들이는 것
                                                                              이 유행이던 1960~70년대의 후광이 빚은 풍경이었다.
                                                                              그 시절의 호황은 경남 통영이었다. 조선시대부터 부산과 여수를 잇
                                                                              는 거점으로 물자가 풍부했던 곳. 충무공이 삼도 수군통제사가 되어
29                                                                            전국 공인들을 불러모아 일으켰던 12공방 역시 통영의 명물이었다.
                                                                              부채, 옻칠, 장석, 자개, 갓, 가죽, 금, 은 등 12공방에서 만들어진 공
2013 SPRING




                                                                          2

                                                                              예품이 경제 성장을 부르짖던 시절에 다시 호황을 탄 것이었다. 자개
                                                                              공예가 발달하자면 자개패, 소목, 칠공, 기능과 장식을 가미하는 장석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이 나란히 발달하기 마련인데 통영은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던 셈이
  ·




                                                                              다. 그러니 통영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훗날 공방의 편수가 되고, 장
                                                                              인이 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1946년에 태어난 소년 이형만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통영에 있던 기술원양성소에
                                                                              입학해 평생 스승으로 모신 일사 김봉룡 선생과 만났다. 1966년 김
                                                                              봉룡 선생이 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칠기장으로 인정받으면서 제
                                                                          3
                                                                              자 전수생으로 이름을 올렸고, 같은 해 지역 공모전 최고상인 경상남
                                                                              도지사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약관의 나이였던 이형
                                                                              만의 삶이 그 즈음 결정되었던 것일까. 심지 굳고 명석했던 청년 이형
                                                                              만은 어느새 머리 위로 허옇게 서리꽃을 피운 채 일흔을 바라보고 있
                          1 아교를 발라 붙인 자개를 인두로 지짐질해 상감한 상태. 이를 잘 말려 따뜻한 물로     다. 차마 헤아릴 수 없는 그간의 일들은 옻칠 위에 뜨겁게 상감해 들
                          아교를 잘 씻어낸 뒤 옻칠과 사포질을 번갈아 반복하면 매끈하고 고운 자개의 빛이
                          서서히 살아난다. 2 오색 광채가 아름다운 함. 모던한 디자인과 흑칠이 자개의 화려      어앉은 자개의 아름다움에 가만히 묻어두어도 좋을 것이다. 화려한
                          하고 영롱한 빛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3 옻칠의 다양한 컬러로 시선을 사로잡는 석
                          류 무늬 소반. 완성된 듯 보여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만지기를 반복해야 한다.       듯하면서도 담담하고, 변화무쌍하면서도 은근하니 참한 멋이란.
마흔다섯 단계를 거쳐 드러나는 빛
                                              자개. 오색 광채가 나는 조개, 전복 같은 패류의 껍데기로, 이것을 모
                                          1
                                              양 내 목재로 만든 기물에 붙이고 옻칠해 만드는 공예를 나전칠기螺鈿
                                              漆器
                                               라 한다. 자개를 채 썰 듯 얇게 잘라 칼로 끊어가며 붙이는 기법을
                                              끊음질, 기러기나 매화, 석류 등 동식물 모양을 실톱으로 오려내 붙
                                              이는 것을 줄음질이라 한다. 시대별로 타발법, 조패법 등 다양한 기법
                                              이 성행했으나 이형만 선생은 그중에서도 줄음질의 대가로 1996년
                                              스승에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으로 지정되었다. 그의 작업
                                              과정은 대체로 마흔다섯 단계 공정을 거친다. 본뜬 문양대로 주름질
                                          2   해서 밑그림에 붙여둔 자개를 백골 상태의 기물에 아교를 발라 인두
                                              로 붙인다. 아교를 씻어낸 뒤에는 옻칠과 건조, 사포질을 번갈아 하면
                                              서 자개 고유의 매끈한 빛을 살려내는 과정이 반복된다. 너무 많이 갈
                                              아내면 자개가 녹아버리기도 하고, 지짐질하는 인두 역시 온도나 힘
                                              조절이 잘못되면 순식간에 빛을 잃거나 타버리고 만다. 민감하고 섬
                                              세하기를 이에 비할까마는 인두로 지진 자개가 치익- 소리를 내며 자
                                              리로 가 박힐 때는 구경꾼 가슴조차 저릿해졌다. 등골이 슬쩍 오그라
                                              들면서 아릿해지는 감흥이다. 파고들어가 상감한 것, 은근한 연마, 영
                                              원을 부여하는 옻칠, 그제야 드러나는 오색 광채. 작업을 이어가는      30
                                              그의 모습은 결연함마저 감돌았는데 고행하는 수도자의 모습이 마치




                                                                                        2013 SPRING
                                              이와 같지는 않으려나, 장인의 뒷모습에 중첩되었다 사라진다. 적게
                                              는 수개월, 많게는 2~3년을 들여 한 작품을 완성해내는 일이 곧 수행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과 다르지 않음을 가만히 짐작해볼 뿐이다.


                                                                                          ·
                                          3
                                              “일사 선생님을 따라 전남 통영에서 강원도 원주로 옮겨와 정착한 것
1 장석으로 마감한 보석함. 결구를 보강하는 장석은 단정하고 견고한 멋을      이 벌써 사십 년이 넘었네요. 이곳에서 일사 선생님을 통해 무위당 장
더한다. 2 2mm 두께도 되지 않는 얇은 실톱으로 전복 패를 줄음질 하는 모
습. 3 공방 한쪽의 건조실. 옻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마르지만 마른 뒤에는    일순 선생님과도 인연을 맺었습니다. 스승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제
습기도 해충도 먹지 않는다. 4 옻칠은 옻나무에서 받은 수액을 그대로 쓰기
도 하지만 안료를 섞어 정제하면 이렇게 다양한 색깔이 난다. 선생이 정착한
                                              가 지금껏 어떻게 버텼을지 캄캄할 때도 많아요. 1988년에 국무총리
원주는 세계 최고 품질의 옻 생산지로 정평이 나 있다.
                                              상을 받으며 우쭐해 있는 제게 스승님이 이르신 단 한마디는 ‘나서면
                                              꺾여’였어요. 그때는 그 말씀이 그렇게 서운했는데, 이제는 어디서 무
                                              엇을 하든 간에 그 말을 늘 새겨보게 됩니다.”
  KGC인삼공사에서 나전장 이형만 선생님께 정관장 홍백작을 드립니다        그리고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가슴에 박혀 있는 스승님들의 가르침
                   선생은 지난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
                                              한 가지. 오로지 정직하라. 단 한 공정도 빠뜨리지 말고, 스스로를 속
                   석했던 각국 대표에게 선물한 나전칠
                   기 태블릿PC를 만든 주역이었습니다.       이지 말아라. 그리하면 잘못될 일이 없느니라. 장인은 다시 그 가르침
                   첨단과 전통, 나전칠기의 현대적 해
                   석을 위해 노력하는 이형만 선생님을        을 받던 약관의 마음으로 돌아가 담담히 빛을 연마한다. 깊고 뜨겁게
                   KGC인삼공사가 응원합니다.
                                              들어 앉아 뭉근하고 지긋하게 드러나는 빛. 참으로 곱고 환한 빛이다.
4
전통예찬 _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 서울대 국악과 힐러리 바네사 핀첨 성 교수
한국의 소리가 나를 불렀다 The sound of Korea called me
                                               서울대 국악과 교수 Hilary Vanessa
                                             힐러리 바네사 핀첨 성 Finchum Sung
                                                                                    글 이환길 디자인 윤범식 사진 김동오




                                                                                                                           A Blue-eyed Woman Obsessed with
                                                                                                                                    Traditional Korean Music
                          그대 금발의 쪽머리를 빚고 푸른 눈을 들어 한국을 연주해달라. 그렇게 가지런히 천천히 사랑해달라. 당신이 우리                                   So touched was she by traditional Korean music,
                          의 것에 취하고 우리의 것이 당신에 취할 수 있게, 우리가 온전히 우리가 될 수 있게.
                                                                                                                          Hilar y Vanessa Finchum Sung came to Korea
                          Lady with blue eyes and blonde hair in a chignon, May you play and love Korean music forever,
                          As long as Korean culture captivates you, As long as you and Korean culture are one.
                                                                                                                          to learn all about it. Born in Tenessee, U.S., she
                                                                                                                          had nothing to do with Korea until she fell in love
                                                                                                                          with traditional Korean music while studying
                                                                                                                          ethnomusicology at Indiana University. In 1997,
                                                                   푸른 눈의 그녀, 국악에 취하다                                      her professor recommended Korean shaman music
                                           바람이 분다. 소리가 흘러든다. 봄바람에 돛배 출렁이듯 마음 따                                            to her and she listened to sinawi for the first time in
33                                         라 흔들흔들 해금을 연주한다. 활대와 현 사이로 봄꽃 같은 소리                                            her life. She was originally interested in studying
                                           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소리란 것이, 음악이란 것이 사람의 마                                            music therapy, but the unique ensemble of music
2013 SPRING




                                           음을 사정없이 개화開花시키기에 차마 그 흥을 따르지 않을 수 없                                            within the framework of the Korean rhythmic cycle
                                           을 터. 한국의 소리에 취한 푸른 눈의 핀첨 성 교수는 그 소리의 깊                                         ( Jangdan) captivated her. “I thought that Korean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이를 알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미국 테네시 주 태생으로 한                                            music would be similar to Chinese or Japanese music,
  ·




                                           국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던 그녀가 국악에 빠지게 된 것은 인디애                                            but I was completely wrong. Korean music was so
                                           나 대학에서 음악인류학을 공부하면서부터. 1997년, 음악치료에                                            beautiful that I almost cried when I heard it for the
                                           관심이 있던 그녀에게 교수가 한국 무속음악을 권유했고, 처음으                                             first time. It was almost like the sound of nature,
                                           로 한국의 ‘시나위’를 접했다. 일정한 장단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which, I think, is because traditional Korean musical
                                           튀는 음색은 그녀의 마음을 두드렸다. “중국이나 일본 음악과 비                                            instruments are made of natural materials.” In
                                           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달랐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아                                            2002, Professor Finchum Sung received her Ph.D.
                                           름다웠어요. 마치 자연의 소리를 듣는 듯했죠. 한국 전통 악기가                                            in Ethnomusicology by studying Korean music at
                                           자연의 재료로 만들어져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2002년에는 인                                           Indiana University and did postdoctoral research
                                           디애나 대학에서 한국음악 전공으로 음악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                                              at the Center for Korean Studies, UC Berkeley,
                                           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는 박사 후                                              on a scholarship. She then joined Seoul National
                                           장학금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에게 서울대학교 국악과가 손                                             University as the first foreigner to teach traditional
                                           을 내밀었고, 마침내 외국인 최초로 국악과 교수가 된 것이다.                                             Korean music at the university.
핀첨 성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음악이론을 가르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세
계의 다양한 민족음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연구도 멈추지 않습니다. 국악 관
련 여러 서적을 출판하고 번역했으며, 또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주제로 한 논문을
수차례 썼습니다. 국악은 그녀를 통해 더 너른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Professor Finchum Sung teaches traditional Korean music theory
and world music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She has translated and
published books on traditional Korean music and many essays on the
globalization and popularization of traditional Korean music. She serves
as a vital link between traditional Korean music and the rest of the world.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가장 한국다운 것을 찾아 고궁을 거닐고, 뜰에 앉아 전통차를 마시며, 가족과 둘러앉아 된장찌개를 먹습니다. 먼 미국땅에서 온 그녀는 한국이란 낯선 풍경 속에 조금의 어색함도 없
                          이 천천히 스며들었습니다. She visits royal palaces, enjoys a cup of traditional Korean tea, and likes to make doenjang-jjigae (soybean paste stew) for dinner with her family.
                          She is no longer a stranger from the west; she is integral part of Korea.




                                                     우리의 것을 우리가 더 잘 알도록                                                 The More We Know about Our Music
                          이론을 중심으로 교육하지만, 소리를 다뤄보고자 하는 욕심도 없지                                                In Korea, traditional Korean music education tends to focus on
                          않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그녀가 지금은 해금을 연주한                                               theory, but Professor Finchum Sung was eager to study traditional
35                        다. 국악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어 해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울적한                                              Korean music in more depth by playing Korean instruments, so
                          날에는 정악을 연주하고, 때로는 풍류객들과 어울려 한껏 흥을 살린                                               she started learning to play the haegeum (a two-stringed bowed
2013 SPRING




                          다. 사과를 통째로 씹듯, 질감이 살아 있는 산뜻한 음색을 가슴으로                                              instrument). She now plays jeongak, traditional Korean classical
                          삼키며 한국의 정서를 천천히 소화해낸다. 핀첨 성 교수는 마음 한편                                              music, on somber occasions and lively pungryu music with others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의 아쉬움을 또한 잊지 않고 전한다. 국악을 사랑하는 국악과 교수로                                              when having fun. Though a foreigner, she knows how to express
  ·




                          서 국악의 세계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그 이전에                                               Korean sentiments in music. Like most traditional Korean music
                          국내의 대중화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국악은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                                               lovers, Professor Finchum Sung hopes to see the globalization
                          이 충분하지만, 세계화에 앞서 국내화가 우선입니다. 안타깝게도 한                                               of traditional Korean music, but she points out that the Korean
                          국 젊은이들은 국악을 잘 몰라요. 국악은 한국인의 정체성이 담긴 음                                              people’s love for their music should be a prerequisite. As she says,
                          악인데, 오히려 서양음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어요. 아이들은                                                “traditional Korean music is great enough to reach out to the
                          피아노, 바이올린만 배워요. 가야금을 배우는 건 아주 특별한 경우입                                              world, but, to my regret, many young Koreans do not understand
                          니다. 어릴 때부터 국악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고 생                                             their own musical heritages as well as they do Western music. For
                          각해요. 학기마다 국악 교육 과정을 충분히 마련해야 합니다.” 한복                                              instance, Korean children usually learn to play piano or violin
                          을 입고 조근조근 한국말로 국악에 대한 애정과 우려를 읊조리듯 말                                               and very rarely learn traditional Korean music instruments like
                          하는 핀첨 성 교수. 국악을 이야기하는 내내 가슴속 설렘이 두근거리                                              the gayageum (a 12-stringed Korean zither). I think it’s important
                          며 장단을 맞춘다. 김치찌개처럼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한국을 향한                                                for children to have an opportunity to be exposed to traditional
                          그 열정에, 흰 쌀밥처럼 따뜻한 감사를 전할 일이다.                                                      Korean music and learn it in school.”
그림 에세이_윤두서 나물 캐기




                     나물 캐기, 윤두서, 삼베에 수묵, 30.4×25cm, 17세기, 녹우당 소장




                   제비가 화신 들고 오면 아낙네 캐는 쑥 맛 어찌 달지 않을쏜가

                   윤두서 나물 캐기
                   글 손철주 디자인 오신혜
시골 풍정에 눈 밝은 시인이 있었으니, 그는 조선 후기를                  다. 옛 문인들이 즐겨 썼던 말로 깨단한다. ‘제비가 오
                          살다간 이규상이다. 가난하지만 정겨운 여염집 부부의                     지 않으면 꽃이 피지 않는다네燕子未來花未開.’ 그러한즉,
                          나날, 그리고 억척스레 사는 농부와 어부의 애환이 이                    제비는 화신을 들고 온 메신저다. 초목 한 그루 보이
                          규상의 시에는 차고 넘친다.                                  지 않는 산과 달리 그 아래쪽 비탈길은 어떤가. 애저
                          개중에 시골 아낙을 읊은 시는 참으로 곰살맞다. 이를                    녁에 꼼지락거리는 것들이 있어 발밑이 소란스럽다
                          테면 이런 시다. ‘모래 녹고 개울물 따뜻해 억새 순이 새                 했더니 봄풀이 기다렸다는 듯이 돋아난다. 눈에 띄
                          록새록/ 파란 아지랑이 걷히자 백로는 날아오르는데/                     는 것은 해토머리 헐렁해진 흙을 뚫고 고개를 들이미
                          시골 아낙인들 봄빛을 사랑하지 않을까/ 남몰래 진달래                    는 어린 쑥이다. 촌부들은 코끝에 흙내가 물큰 풍기
                          가지 꺾어 머리에 꽂아보네.’                                 면 기막힌 눈썰미로 풀 더미에서 쑥을 찾아낸다.
                          개울은 우수가 지나면 풀린다. 물가에 아지랑이 걷히자                    아낙네 둘이 지금 쑥 캐느라 바쁘다. 둘 다 홑겹 차림
                          햇살이 반가운 오리들은 앞다투어 헤엄친다. 해오라기                     으로 나왔으니 어깨에 떨어지는 햇살이 다분할 테다.
                          날갯짓에 놀란 봄은 기지개를 켜고 민가를 찾아 스멀스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차림새가 똑같다. 속바지가 드
                          멀 다가온다. 분단장조차 모르는 아낙네지만 춘심은 기                    러나도록 치마를 위로 추어올린 뒤 앞 춤에 묶었다.
                          어코 가슴에 스며드는 모양이다. 햇발 좋은 언덕에 피어                   저래야 무릎 굽혀 일하기가 편하다. 아래쪽 여인은
                          난 진달래꽃을 보자 저도 모르게 손이 가고 한 가지 냉                   망태기를 들고 뾰족한 손칼을 잡았다. 발치에 돋아
                          큼 꺾어 뒷머리 비녀에 꽂는다. 남이 볼까봐 그녀의 볼                   난 두어 낱의 쑥을 캐려고 고개를 숙이는 참이다. 위
                          이 발그레 물든다. 이규상의 시에서 봄은 여리고 여인은                   쪽의 여인은 고개를 돌려 내려왔던 길을 다시 본다.
                          수줍다.                                             놓친 쑥 하나를 뒤늦게 발견한 모양새다. 오늘 저녁
                          이규상보다 앞선 세대에 윤두서란 화가가 있다. 그의 시                   밥상에 끓여 올릴 쑥국을 생각하며 두 여인은 두리번
37                        골 사랑은 이규상에 못지않다. 윤두서는 버젓한 문벌                     거린다. 쑥은 쓰디쓰다. 하여도 시골 사람들은 그 맛
                          출신이다. 증조부가 ‘어부사시사’를 지은 윤선도이고, 외                  이 다디달다 한다. 국물에 우러난 쑥은 어김없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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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손이 《목민심서》를 남긴 정약용이다. 하지만 윤두서                    아온 봄의 맛이 아니던가.
                          는 벼슬과 거리가 멀었다. 대신 시와 글씨와 그림에 마                   시골 여인의 속내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는 이규상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음을 주었다. 그의 작품 ‘자화상’은 국보로 지정됐으니                   의 시 하나를 더 보자. 아내는 낮에 쑥을 캐지만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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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이가 없지만, 그것보다 시골살이에 정을 붙여 아                   은 멀리 장보러 첫 새벽에 집을 나섰다. 쑥국을 끓이
                          랫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을 그린 풍속화로 미술사에 기                     랴 저녁밥을 지으랴, 부산을 떠느라 피곤이 몰려오는
                          록된 이름이 더 아름답다. 그에게도 봄을 그린 그림이                    데, 남편은 여태 기척이 없다. 그 정을 알아차린 이규
                          있다. 시골 여인들이 봄볕 따사로운 들판에서 일하는 장                   상의 시가 이렇다. ‘밥그릇 솥에 넣어 불에 조금 데운
                          면이다.                                             뒤/ 등잔 아래 아내는 팔을 베고 조는구나/ 닭이 울
                          그림 제목은 ‘나물 캐기’다. 민둥산 너머로 강남 갔던 제                 때 먼 장터로 나간 남편/ 돌아와선 말하겠지, 달이
                          비가 돌아왔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부르는 것은 아니                   높이 걸렸더라고’. 시골의 정나미가 이러할진대 봄날
                          지만, 반가운 건 머잖아 꽃소식이 들려올 조짐이 보여서                   의 쑥 맛이 어찌 달지 않을쏜가.




                          글을 쓴 손철주는 서울경제, 국민일보, 동아닷컴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며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했다. 신문사 문화부장과 취재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도서출판 학고재 주간과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꽃피는 삶에 홀리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다 그림이다》(공저)가 있다.
꾸밈 _ 달항아리 모티프 아이템으로 꾸미는 집 안 단장




   너그러운 선과 은은한 빛을 품은 달항아리
   공간 속에 어우러지다
    글 윤연숙 디자인 심혜진 사진 김동오 스타일링 김은희(세컨드 플로어) 어시스트 김현숙, 공효선
    제품 협조 공평 아트샵(070-4214-0070), 김중식 작가, 김코디네(031-439-3639), 리모드(02-2051-9888),
    바다디자인 아틀리에(02-592-5342), 오관진 작가, 종이나무 갤러리(02-766-3397),
    최순우 옛집(02-3675-3401), 8colors(070-8654-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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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를 그린 작품은 오관진 작가의 비움과 채움/ 석류가 놓인 원목 커피 테이블은 리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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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안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전실이나 마땅히 놓아둘 가구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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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면 등의 공간에 행운을 부르는 달항아리 그림을 기대어 놓는다.
                                                         달항아리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에 주목한 오관진 작가의 작품은 현대적인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인테리어와도 잘 어우러져 작은 갤러리를 완성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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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안으로 들이는 풍요와 행복
                          백자 달항아리는 생긴 모양이 달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보름달같이 둥글고 넉넉한 형태와 온기를 담은 유백색, 다소곳한 입과 굽이 조
                          화를 이뤄 어질고 선하며 풍요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위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여 좌우 대칭이 맞지 않지만 이러한 조형상의 특징이 오히려 달
                          항아리의 독특한 멋을 만들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살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달항아리는 도예가는 물론 많은 예술가에게 무한한 창작의
                          주제가 되었다. 평생 달항아리를 그린 故 김환기 화백, 故 도상봉 화백을 비롯해 사진가 구본창, 서양화가 강익중 등 현대 중견 작가들까지 여
                          러 예술가들이 달항아리의 미학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달항아리는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집 안을 꾸미는 소재로서도 단연 돋
                          보인다. 달항아리가 품어내는 넉넉함과 복의 기운,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양면의 아름다움은 이를 모티프로 한 작품에도 고스란히 전해져
                          그저 무심하게 거실 한구석에 놓아두어도 공간을 더없이 멋스럽고 기품 있게 연출해준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간결하고 단정해서
더 깊이 있고 질리지 않는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는
달항아리와도 잘 어울린다.
포인트가 되는 색감의 오브제를 매치하면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
회색 패브릭 소파는 김코디네, 소파 위의 달항아리 그림이 있는 쿠션은 8colors,
메릴린 먼로를 달항아리 속에 그려 넣은 작품은 김중식 작가의 달항아리와 마를
린 먼로, TV장 위에 올려놓은 달항아리는 신철 작가의 작품으로 공평 아트샵, 진
회색의 패브릭 이지 체어는 김코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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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김은희 실장이 제안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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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하고 둥근 달처럼, 달항아리
                          모티프 오브제로 공간을 채우다
                          누가 보아도 한국의 대표적인 미가 돋보이는 게 달
                          항아리 아닐까 한다. 그렇다 보니 달항아리를 주                                                                    2

                          제로 한 제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인테리어에
                          적용할 수 있는 재료들을 찾아보았다. 달항아리
                          의 담백함과 너그러운 선 때문인지 어떠한 소재와
                          도 잘 조화되고, 보기만 해도 넉넉해지는 기분이
                          들게 해 집 안에 들이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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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항아리 모양의 은은한 테이블 조명은 종이나무 갤러리 2 자그마한 나비 패턴이 경쾌한 달항아리는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3 참새 두 마리가 정답게 그려져 있는
                                         달항아리는 김순식 작가의 작품 4 달항아리 무늬가 있는 소형 한지 조명은 종이나무 갤러리 5 달항아리에 꽃과 집을 그려 넣은 브로치는 최순우 옛집 6 예수의 얼
                                         굴상과 달항아리 도자기를 캔버스에 붙여 채색한 작품은 김중식 작가의 시.공.합.일 달항아리와 예수님 7 하얀 새와 함께 놓인 달항아리 오브제는 김경희 작가의
                                         작품으로 공평 아트샵 8 달항아리를 그린 캔버스 작품은 오관진 작가의 비움과 채움

                                         스타일리스트 김은희 실장은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전문으로 하는 ‘세컨드 플로어’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리빙센스 까사 메종 Z:IN 스타일링 등 다양
                                         한 매거진을 통해 감각적이고 세련된 작업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치유밥상_ 김수영 작가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홍삼 요리




   꿈을 이뤄주는 건강한 밥상
    글 최수정 디자인 최연희 사진 김동오 스타일링 문인영(101recipe) 어시스트 김가영
꿈의 멘토 김수영 작가와 문인영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만나 건강한 밥상을 차렸다. 건강한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듯 봄도 봄의 요리를 먹어봐야 진국으로 느낄 수 있다는 입담으로 시작한 요리는 이내 풋풋한 봄의 맛을
담아냈다. 냉이전과 봄동 비빔밥으로 차린 봄 밥상에 바짝 다가 앉아 얼른 숟가락을 올리고 싶어진다.
꿈의 멘토 김수영 작가

중학교도 중퇴한 소위 ‘문제아’였던 김수영은 검정고시로 1년 늦게 실업계인 여수정보과학고에 입학했다. 기자의 꿈을 안
고 연세대에 당당히 합격하면서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인생의 3분의 1은 한국에서 살
았으니 다음 3분의 1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마지막 3분의 1은 가장 사랑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첫 번째 꿈을 이루기 위
해 2005년 무작정 런던행 비행기표를 끊고 한국을 떠나며 세계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7년간 70여 개국에서 47가지의 꿈
을 이뤄왔고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출간했으며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서
꿈의 파노라마 2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다큐멘터리, 책, 앱, 축제, 워크숍, 강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꿈의 씨앗을 나누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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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을 넣어 만든 냉이전과 봄동 비빔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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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이리로 앉아 봄을 맛보세요.”



                          문인영 이제 곧 경칩이 지나면 날씨가 따뜻해지고 땅에
                          서 새싹들이 돋기 시작하겠네요. 봄의 기운을 옹골지
                          게 채운 냉이와 봄동으로 만든 요리를 소개해드릴게요.
                          김수영 봄이 되면 겨우내 추워서 움츠렸던 때문인지
                          더 나른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지난 겨울은 매섭게 추
                          운 날이 정말 많았지요. 체력 관리에 신경 써야 할 때
                          홍삼으로 만든 건강식품을 챙겨 먹었는데 홍삼으로
                          만든 요리는 처음 접해봅니다. 꼼꼼하게 레시피를 적     로 음식을 접하게 되니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먹었
                          어두고 올봄에 꼭 만들어 먹어봐야겠어요.           던 것들에 이제는 아예 손이 가질 않아요. 작년 초 태
                          문인영 홍삼 특유의 쌉싸래한 맛 때문에 요리에 농축     국에서 10일 동안 단식을 해봤어요. 처음에는 명현 현
                          액이나 분말을 넣는 것을 고민하실 텐데요. 홍삼은 요    상이 생겨서 조금 힘들다가 그 시기를 넘기니 몸이 맑
                          리 본연의 맛을 크게 좌우하지 않으면서 영양을 더해     고 깨끗해지며 에너지가 샘솟는 느낌을 경험했어요.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건강한 요리를 완성할 수 있    그 이후로 인공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술 등
45                        어요. 봄동 비빔밥은 봄동을 무친 양념장에 홍삼농축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잔잔한 강물에 돌을 던
                          액을 넣었고요. 냉이전은 홍삼분을 넣어 반죽을 만들     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즉각적으로 몸에 반응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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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었어요. 향긋한 냉이 냄새와 홍삼 향이 식욕을 돋아줍    는 거죠.
                          니다.                              문인영 단식이 디톡스 작용을 했나 봐요. 지속적으로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김수영 홍삼은 마시거나 환으로 섭취하는 것이 전부      그런 생체 리듬을 지켜가면 참 좋을 텐데 요즘 같은 때
  ·




                          였는데 이렇게 요리에 넣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는 몸에 좋은 음식만 먹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
                          돼서 참 좋네요. 레시피도 간단하고요. 봄동 무침이     어요.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약간 씁쓸할 것 같았는데 현미밥에 비벼 먹으니 고소     김수영 평소에는 강연하는 날이 많고 꿈과 관련한 비
                          하고 담백한 맛이 더 많이 나네요. 냉이전도 향긋하고    즈니스로 바쁘게 지냅니다. 그래도 일주일에 세 번씩
                          요. 저는 요리에 관심은 많은 편인데 자주 만들어 먹지   헬스장에 가고 명상이나 요가도 합니다. 그리고 발리
                          는 못해요. 그래도 인스턴트식품은 최대한 피하려고      우드 댄스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죠. 중요한 강연이 있
                          노력해요. 요리는 단지 허기를 채우는 과정이라기보다     는 날이면 아침을 꼭 든든하게 먹고 홍삼을 챙겨 먹어
                          나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으     요. 꾸준히 홍삼을 섭취해온 편이라 기력이 부족하다
                                                           고 느낄 땐 바로 홍삼을 찾는 편이에요. 홍삼이 몸에
                                                           좋은 것을 스스로 느껴서인지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할 기회가 생기면 고민하지 않고 홍삼
                                                           을 선택하게 돼요. 건강해야 꿈도 이룰 수 있잖아요.
Kgc인삼공사 '심' 2013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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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자연 전통 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 ・ 2013 spring
  • 2. 자연 전통 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 ・ <심>은 자연, 전통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한 문화를 담아 미래로 잇는 KGC인삼공사의 매거진입니다. ‘심’은 인삼의 우리 고유어입니다. 오브제 사람 장소 봄, 보드라움을 맛보다 쌈지농부 천재용 긴즈버그 베이커리 Contents 흙살림 충북 제천 황기재배농가 04 05 10 14 그림 에세이 윤두서 나물 캐기 18 24 치유밥상 김수영 작가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홍삼 요리 28 32 깊이 머물다 명인 전통예찬 천 년의 도시 경주 중요무형문화재 10호 서울대 국악과 힐러리 36 38 42 43 나전장 이형만 바네사 핀첨 성 교수 행복 나눔 번동코이노니아 장애인사회복지시설 꾸밈 달항아리 모티프 50 56 58 60 62 아이템으로 꾸미는 집 안 단장 정관장&예술 건강지킴 홍삼을 알다 정관장을 만나다 정관장 알파프로젝트 봄철 알레르기 질환 피로 개선에 좋은 홍삼 정관장과 함께하는 건강한 24시간 <심> 2013년 봄호 (통권73호) 발행인 방형봉 편집인 박정환 발행처 KGC인삼공사 홍보실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416 KT&G타워 15층 1588-2304, www.kgc.or.kr 제작처 (주)디자인하우스 www.design.co.kr DES사업본부 02-2262-7492 본부·편집장 이상윤 책임편집 박혜림 에디터 박동수, 윤연숙, 장선애, 최수정 아트디렉터 황혜림 디자이너 윤범식, 최연희, 오신혜 객원디자이너 심혜진 사진 이우경, 김동오, 이경옥, 이명수, 김규한 교정 교열 박영혜 · 제작 이성훈, 민나영 출력 ing Process 인쇄 (주)대한프린테크 02-2635-5991
  • 3. 視覺 味覺 六感滿足 <심>은 자연, 전통과 호흡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味覺 觸覺 건강한 문화를 담아 미래 로 잇는 매거진입니다. 건강한 상태란 결국 嗅覺 몸으로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오감과 마 지막 하나인 정신세계로 가늠하는 육감이 온전히 살아 있는 상태를 말할 것입니다. 2013년 <심>은 매거진 도입부에 ‘육감만족’이 란 섹션을 두고 사람의 여섯 가지 감각에 대 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하며 감각이 열 리는 통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 첫 호의 聽覺 주인공은 미각과 촉각입니다. 이제 페이지를 넘기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觸覺 六感
  • 4. 봄, 나긋나긋한 보드라움을 맛보다 ‘맛있다’,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말이다. 사람들이 흔히 ‘맛있다’라고 할 때 ‘맛味’을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혀를 통해 느껴지는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향이 좋아야 군침이 도는 법이며, 아삭하 거나 혹은 보드레한 식감과 씹는 소리까지 만족할 때 비로소 ‘맛있다’라고 이야기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오감을 자극하는 행위도 없을 것이다. 봄이 왔다. 겨우내 둔감해진 우리의 감각을 깨울 시기이다. 오감 중 이제부 터 맛을 느끼는 미각과 식감을 느끼는 촉각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봄에 자라나는 미완성의 나긋나긋한 제철 식 재료를 통해 우리의 미각과 촉각을 깨우고 살리면, 이 봄, 느껴지는 맛이 다를 것이다.
  • 5. 六 感 滿足 오브제 _ 봄, 보드라움을 맛보다 4 味覺 觸覺 : 한국인의 미각과 촉각을 깨우고 살린다 글 박혜림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경옥 스타일링 메이 (메이테이블)
  • 6. 입 안에서 새콤달콤한 폭죽이 터지는 맛, 한라봉 그 옛날 신선이 사는 세상인 ‘선계仙界의 맛’이라 극찬 받으며 일반 백성은 맛보기 도 힘든 귀한 과일이었던 감귤. 지금이야 감귤 없는 가게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 도로 흔해졌지만 몇 백 년 전만 해도 감 귤은 뭍사람들에게 황금과 같은 열매였 다. 제주에서만 나고 자라는 감귤 중에 서도 단연 큰 형님 대접을 받는, 초봄이 되면 찾아오는 귀한 손님, 한라봉. 겨울 이 제철인 밀감과는 달리 봄에 맛이 절 정인 한라봉은 툭 튀어나온 꼭지가 한라 산을 닮았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 일반 감귤보다 새콤달콤한 맛이 진하고,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으며, 비 타민이 많이 함유돼 초봄 막바지 한파를 이겨낼 면역제 역할을 한다. 6 2013 SPRING 한라봉은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뛰어난 항 산화제로 알려져 있다. 한라봉은 껍질이 얇은 것이 당도가 높다. 껍질이 아주 들뜨거나, 주름이 많이 진 한라봉은 신맛이 강하거나 싱거운 경우가 많다. 금방 수확한 것은 푸석하고 즙이 적으며 진한 맛이 없어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 피하는 것이 좋다.
  • 7. 쫄깃한 속살의 짭조 름한 감칠맛, 봄조개 봄이 되면 하류로 흘러든 봄조개를 캐 는 손길로 분주하다. 대개 5월에 산란 기를 맞는 조개는 부화할 채비를 앞두 고 살집을 키우는데, 그렇기에 봄조개 가 가장 맛있고 영양도 가득하다. 가을 전어, 봄조개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모 시조개, 백합, 새조개, 키조개, 바지락 등 고단백 식품인 조개는 향이 강하지 않으며 짭조름한 감칠맛이 있다. 보드 라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풍미를 더한 다. 익혀서 먹어야 하는 조개는 주로 시 원하게 국물을 내는 요리에 이용하지 만 데쳐서 살만 발라내 조물조물 무쳐 도 나른한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다. 조개는 간 기능 개선, 콜레스테롤 감소, 시력 보호 효과도 있다고 하니 봄날 마 다할 이유가 없다. 조개에는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트레오닌이 풍부 해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단에 영양을 높여 준다. 하지만 쉽게 상할 수 있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개를 고를 때는 껍질이 단단하고 광택이 있으면서 껍데기가 깨진 것은 피한다.
  • 8. 기운을 북돋는 아삭 하고 쌉싸래한 맛, 봄나물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향긋한 나 물. 봄기운을 듬뿍 받은 여린 잎의 연두 빛깔 봄나물은 겨우내 잠들어 있던 감 각에 생기를 불어준다. 두릅, 달래, 냉 이, 씀바귀, 쑥, 돌나물, 취나물, 원추 리, 유채 등 봄나물 종류는 많고 많다. 봄나물은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아삭 한 식감으로 미각은 물론 촉각까지 자 극한다. 봄나물에는 다른 계절에 나는 채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생명 력이 담겨 있다. 또한 비타민과 무기질 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 고, 기운을 돋워주며, 입맛을 되살려준 다. 봄나물로 국물 요리를 할 때에는 마 지막에 넣어 구수한 향미를 내도록 하 며, 무칠 때에는 양념을 강하게 하지 말 8 아야 한다. 삶을 때는 살짝 데쳐 신선함 2013 SPRING 을 유지해야 한다. 나물의 씹히는 소리 가 잠자는 감성을 깨워줄 테니 말이다.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봄나물 중 맛과 향을 최고로 치는 어린 두릅 순은 길 · 이가 짧고 통통한 것이 좋으며 잎이 퍼지지 않은 것 이 향도 좋고 맛도 좋다. 취나물은 연하고 짙은 녹색 을 띤 것이 맛있고, 넘나물이라고도 불리는 원추리는 잎이 피지 않은 통통하고 연한 것이 제일이다.
  • 9. 달달한 바다향 머금 은 물큰한 맛, 멍게 겨우내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 있다 벚 꽃이 바람에 날리고, 동백꽃이 떨어질 때쯤 붉은 몸을 물 밖으로 내미는 멍게. 양식장에서 멍게를 끌어올릴 때 “바다 에 꽃이 핀다”고 말한다. 긴 줄에 촘촘 히 박혀 올라오는 붉은 멍게가 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뭍의 봄꽃이 달콤한 향을 품고 있듯 바다의 꽃도 달콤한 바 다의 맛을 제 몸 가득 담고 있다. 멍게 는 독특한 향에 맛이 상큼하고 달콤해 먹고 난 후에도 한동안 그 맛이 입 안에 감돈다. 단단한 돌기 속에 감춰진 물큰 한 속살 특유의 맛은 불포화 알코올인 신티올 때문인데, 근육 속 글리코겐의 함량이 다른 동물에 비해 많은 편이다. 자연산 멍게는 양식 멍게보다 돌기가 크며 검붉은색 을 띤다. 싱싱한 멍게는 껍질의 색이 붉고 단단하다. 깐 후에는 속살이 오렌지색으로 특유의 향이 있다. 멍게의 껍질도 먹을 수 있는데, 껍질에는 콜레스테 롤, 혈당을 감소시켜 변비를 방지하고 비만을 예방하 는 효과가 있는 기능성 식품의 신소재인 고농도 천연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 10. 六 感 滿足 사람 _ 쌈지농부 천재용 10 味覺 觸覺 : 한국인의 미각과 촉각을 깨우고 살린다 글 장선애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우경 소박함과 촌스러움의 건강학 쌈지농부 천재용 농부의 손이라 함은 자고로 뭉툭하니 투박하게 생겨서 묵은 흙때까지 거칠게 끼인 손일 테다. 검게 그을려 깊게 주름까지 패인 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대대손손 땅을 일궈 살림 일으키던 시절을 그리노라면 애틋 함에 핑그르르 눈시울이 축축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데 지금은 이천, 하고도 십삼 년. 이 젊은 남자 는 이토록 트렌디한 공간에서 농사의 새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고단하고 울적한 세월 대신 건강하고 생동 감 넘치는 농사의 오늘을 똑똑히 대면하고서 말이다. 2000년대 초호황을 누리던 패션 브랜드 쌈지의 디자 이너 천재용. 쌈지를 키운 천호균의 아들인 그가 농사와 관계있는 삶을 살았을 리 만무하다. 서울에서 나 고 자라 미술을 공부했던 손은 보나마나 그답다. 다만 그는 지금 이렇게 외친다. “농사가 예술이다!” 그는 마치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회운동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 예술을 하는 것 같기 도 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신기하게도 진짜 ‘농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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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3 4 1 쌈지농부가 운영하는 유기농 식품점 농부로부터. 농부로부터가 추구하는 밥상의 핵심은 소박함이다. 생각대로 실천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 천재용 대표는 지금 채식을 하는 중이고, 사과 한 알, 양파 한 알의 건강함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2 친환경 문구, 재활용 패션 상품 등 착한 상품을 판매하는 쌈지농부의 또 다른 브랜드, 생태가게 지렁이다. 3, 4 농부로부터에서 살 수 있는 식재료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 2 이는 디자인의 핵심은 촌스러움으로, 도시 안에 정겨움을 간직한 시간이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도시농부의 밥상과 마주 앉아 생각하노니 하대해서는 아니 될 일이었다. 어디서부터 싹튼 교만이란 말인가. 논밭을 갈아엎고 빌딩숲이 들어서는 동안 우리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농사가 삶의 근원이라는 진리. 그것은 만고불변, 절대 이치다. 농경과 더불어 인류 문명이 발달한 것을 두고 신석기 혁명이라 하는 것, 영어 권에서 문화 ‘culture’가 농사짓다 ‘cultivate’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것은 한 번쯤 다시 새겨봄직한 일이다. 도시농부 천재용이 우리와 다른 데가 있다면, 이를 좀 더 일찍 알아봤다는 것이다. 갈아엎었던 논밭을 빌딩숲 옆에 다시 들이려는 생각,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농부가 되어 13 농사지을 수 있다는 생각을 그는 ‘쌈지농부’라 명패를 내건 4년 전에 일찌감치 했던 것이다. 쌈지의 문화마케팅이 쌈지 브랜딩, 혹은 한국 2013 SPRING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아는 이라면 그 예민한 감각을 필시 선견지명이라 일렀을 것이다. “농사와 예술은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어요. 작가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 농부가 농작물을 대하는 마음은 거의 같아요. 몸을 써서 만 들고 창조하는 것, 그 결과가 예술 혹은 쌀인 거죠. 작가들과 일할 때 그들의 생각이나 이미지를 활용했다면 지금은 농부의 생산물을 활용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하는 것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농사는 예술이다’라는 말도 쓰게 됐어요.” · 그래서 그는 신진 작가를 찾는 데 집중하던 예전과 같이 신진 농부를 찾고 있다. 도시에서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가꾸는 이들, 지방의 소농 등 숨어 있는 농부를 찾는 것이 쌈지농부가 하는 일이다. 전통 농가가 키워내는 생산물에 비해 양도 적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이들의 감자 와 토마토에 디자인이란 옷을 입혀 부가가치를 높이고 판매를 도와 이익을 나누는 것이 쌈지농부의 수익 구조다. 이런 농작물의 유통과 소 비를 위해 ‘농부로부터’라는 유기농산물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웰빙, 유기농, 에코, 로가닉. 식생활을 둘러싼 키워드는 많지만 핵심은 소박함이라고 생각해요. 몸을 가볍게 하고, 생각을 가볍게 하는 것 이죠. 그러려면 소박하고 단출해야 해요. 농부로부터가 만드는 밥상의 키워드는 그래서 ‘소박함’입니다.” 예전이야 먹을 것이 없어서 먹을 것에 집중했다지만 요즘처럼 먹을 것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야 이왕이면 제철에 나는 좋은 음식을 제때 먹 고, 그중에서도 토종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유기농 양계 농가에서 생산된 유정란을 닭이 낳은 그날 배송해 24시간 내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소비 유통 시스템을 만드는 식이다. 농사, 도시농부, 유기농, 바른 먹을거리, 소박함, 토종, 디자인, 예술. 천재용 을 대변하는 키워드들은 어쩐지 삶의 의미를 일상에서 찾아보려는 이들의 작은 반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바르게 생산된 것을 가치 있게 소비하려는 건강한 풍토라 치환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이유가 결국은 매일 대면하는 밥상에 있 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가 결국은 무엇을 생각하느냐와 다른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 14. 六 感 滿足 장소 _ 긴즈버그 베이커리 14 味覺 觸覺 : 한국인의 미각과 촉각을 깨우고 살린다 글 박혜림 디자인 최연희 사진 이경옥 천연 효모로 만든 착한 빵이 있는 곳, 긴즈버그 베이커리
  • 15. ‘No sugar, No butter, No milk’를 외치는 빵집이라니. 설탕은 물론 버터와 우유까지 들어가지 않은 착한 빵이 세 상에 존재해?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Yes!’라 답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착한 빵집, 긴즈버그. 이곳에서 만드는 행복 과 건강을 담은 빵들은 대한민국 곳곳으로 흘러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고 있다. 서울에 젠체하는 빵집에 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는 긴즈버그를 찾았다.
  • 16. 자연과 순리를 따르는 착하고 여유로운 베이커리 꼭 필요한 것들만 들어 있는 긴즈버그 베이커리의 빵들처럼, 매장 내부도 심플하고 조촐하게 꾸몄다. 긴즈버그와 이웃하는 예술인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앨런 긴즈버그 피규어와 책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매크로바이오틱 빵을 만드는 곳답게 주방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데, 운이 좋으면 빵을 굽거나 반죽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 맑고 공기가 좋기 때문인지 유독 많은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양평에서 긴즈버그는 예술인들의 사랑방으로 통한다. 16 17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먹을거리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못 먹어서가 아니다.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문제다. 칼로리, 지방, 화학 첨가물 과잉 섭취로 우리 몸 의 균형은 서서히 파괴되기 시작했다. 자연에서 얻지 않은 인공 음식들이 우리의 미각을 마비 시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이제 ‘먹는 것’이 아니라 ‘먹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맛을 위한 음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몸을 위한 음식, 가볍게 만들어 건강하게 사 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해 착한 빵을 만들고 있는 베이커리, 긴즈 버그. 설탕, 우유, 버터는 물론 합성 글루텐 등 먹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일절 배제한 착한 빵들 이 숨 쉬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흐르고, 우거진 숲이 있고,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지는 공기 좋은 양평과 썩 잘 어울리는 긴즈버그가 문을 연 것은 2년 전. 세상이 점점 포악해지는 이 유를 먹을거리에서 찾은 조진용 사장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줄 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그것이 인간을 순화시키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품고 긴즈버그를 열었다. 우리나라에 설탕과 버터, 우유가 들어 있지 않은 빵맛이 궁금했다. 착하긴 하지만 맛은 없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긴즈버 서는 유일하게 유기농밀 100%를 사용하고, 설탕과 버터, 우유 대신 유채꽃 기름, 해바라기씨, 그의 빵맛은 100점 만점.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빵에 바질, 호두, 꿀을 넣고, ‘긴즈버그’라 이름 붙인 천연 효모로 빵을 굽는 긴즈버그. 그야말로 자연과 순리를 아몬드와 말린 과일을 넣어 부족한 맛을 채워줘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빵 가격 또한 착하다. 한 개당 2000원이다. 따르는 착하고 여유로운 마음의 집합체이다.
  • 17. 17 2013 SPRING 조진용 사장은 원래 일본에서 활동하던 잘나가는 마케터였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빵. 먹을 때는 행복 지금은 대중화된 태블릿PC를 휴대전화도 나오기 전에 만들어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하지만, 먹고 난 후에는 속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 화제가 되었던 인물. 그랬던 그가 어느 날 문득 기계가 지겨워 졌다고 한다. 기계를 만드는 대신 빵을 굽기 시작했다. 차갑고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일까? 우리가 흔히 먹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빵에는 상상할 수 없 날카로운 기계 대신 착하고 둥근 빵을. 을 만큼 많은 양의 합성 글루텐이 첨가된다. 빵을 먹은 후 신물이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콤함과 부드러움으로 미각과 촉각을 속이지만 정작 우리 몸에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인공 적인 것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천연 효모로 10시간가량 자연 발효시킨 긴즈버그의 빵에는 맛은 물론 건강까지 담겨 있다. 빠른 것이 미덕으로 통하는 요즘 세상에서 10시간 발효라는 것 이 미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은 자연식,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내가 된다는 철학이 긴즈버그의 아침을 부지런히 깨운다. 인공 배양한 이스트에 비하면 천연 효모 는 부족함이 많다. 전쟁 때 군사들에게 빠르게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이스트가 효모 최정 예 부대라면, 천연 효모는 오합지졸이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효모들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 각자의 결함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메워줄 것이란 생각, 그것에서 비롯된 긴즈버그이다.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긴즈버그의 빵은 매일 100개만 판매되고 있다. 착한 빵을 만나고 싶다면 조금 서둘러 양평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 18. 깊이 머물다 _ 천 년의 도시 경주
  • 19. 문화와 자연의 숨결이 빚은 경주가 풀어놓은 이야기 글 윤연숙 디자인 윤범식 사진 김동오
  • 20. 1 2 3
  • 21. 산에 언덕에 기와지붕 초가지붕 양동마을 , ‘경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신라 천 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 도시라는 것. 하 지만 경주에는 신라의 역사만 새겨진 것은 아니다. 경주 시내에서 포항 쪽으로 30여 분을 차로 달리면 조 선 500년의 숨결이 그대로 이어지는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월성 손씨月城 孫氏와 여강 이씨驪江 李氏 종가가 전통 을 이어온 양동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세대를 이어 삶을 영위하는 살아 있는 유산, 600년 전 선조가 살던 가옥과 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된 곳, 그리하여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은 시 간이 멈춘 듯 산속에 오롯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양동마을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산기슭에 옹기종기 모여 양동마을 15~16세기 이후 월성 손씨, 여강 이씨 두 가 있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 지대에는 그 옛날 양반들의 가옥이었던 기와집이 있고, 낮 문이 대대로 살아온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양 은 지대에는 하인들의 초가집이 기와집을 에워싸듯 형성되어 입체적인 풍경이었다. 그 아래에는 연꽃 밭 반마을로 동족집단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현 재 160여 호의 크고 작은 옛집과 20여 점의 이 펼쳐져 있다. 이른 봄인 지금은 연꽃의 향내도 자태도 확인할 길이 없지만, 늦여름에는 그야말로 장관 지정문화재가 있으며,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 을 이룬다고 하니 그때 다시 한 번 찾아야겠다. 마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는 성주봉에 올랐다. 택지를 자료 제189호로 지정돼 있다. 2010년 7월 안 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마을: 하 정할 때 가장 이상적이라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인 양동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과 수려한 전통 가옥이 정감 회와 양동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 어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공존의 대상으로 여기며 아름다운 마을을 만든 옛 선 재되었다. 영남 4대 길지(吉地) 중의 한 곳으 로 꼽힌다. 조들의 지혜와 미적 안목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초연히 세월을 견뎌온 160여 호의 전통 가옥에는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자손들이 그대로 거주하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가문이 풍기는 절제되고 고귀한 향취가 흐르다 21 양동마을에는 임진왜란 이전에 지어진 양반 가옥이 4채나 남아 있다. 향단(보물 제412호)과 무첨당(보물 제411호), 관가정(보물 제442호)과 서백당(중요민속자료 제23호)이 그것이다. 마을 어디에서든 보이는 지 2013 SPRING 붕 구조가 화려한 ‘향단’은 조선 중종 때 회재 이언적 선생이 편찮으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경상도 관찰 사로 재임하면서 지은 집이다. 99칸 중 현재는 50여 칸만 보존되어 있지만 양동마을을 대표하는 가옥답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게 우아하고 기품 있는 모습이었다. 향단에서 나와 좌측 언덕으로 향하면 ‘관가정’을 만날 수 있다. 우재 · 송중돈 선생이 분가해 살던 집으로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아 마음 놓고 구석구석 살펴보기 좋았다. 또 형 산강과 경주를 품어 안은 경관도 인상적이었다. 마을의 정겨운 일상과 마주하며 골목길을 따라 안골로 들 어가면 산 중턱에 ‘서백당’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온전히 남아 있는 살림집으로 가장 오래된 집 이자 우재 송중돈과 회재 이언적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현재는 손씨 가문 25대 손이 지키고 있다. 서백당 이 손씨 종택이라면 ‘무첨당’은 이씨 종택으로, 별당으로 지었지만 제사를 지내거나 문중의 큰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곳이다. 무첨당 마당에 꼬리 없는 경주개 ‘동경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낯선 이의 방문에도 무덤덤 하고 심드렁한 모습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갔음을 짐작케 했다. 양동마을 대개의 집들은 비교적 개방 적이었다. 물론 집 안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구불구불 마을길을 천천히 걸으며 가지런히 늘어선 장독 1 양민공 손소공이 성종 15년(1454년)에 지은 대, 입춘대길이 붙어 있는 기둥, 낡은 자전거 등 집집마다의 세간을 기웃거리는 경험도 색다른 재미를 주었 월성 손씨의 종가인 서백당은 하루에 참을 인자 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더불어 마을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양동마 를 백 번 쓰다는 뜻으로 근래에 와서 굳어진 당 호이다. 2 가지런히 늘어선 크고 작은 항아리들. 을을 찾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양동마을은 보듬어 지켜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3 입춘대길 글귀가 붙어 있는 기둥. 입춘을 맞아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던 세시풍속이 살 자리 잡길 바란다. 양동마을이 그 향취를 잃지 않고 더욱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말이다. 아 있는 양동마을.
  • 22. 1 1 박대성 화백은 그림뿐만 아니라 글씨에도 능하다.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 날마다 글씨를 써야 한다는 그는 글씨와 그림이 둘이 아니라 일체라고 말한다. 필법을 통과치 않으면 제대로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말 한다. 2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의 낙관(落款)들. 소산이라는 호는 그가 열아홉 살 때 그의 조부께서 이름(大成)이 너무 커 지어주신 것이다. 3 박 화백이 매일 쓰는 글씨와 수묵화. 4 새로 지은 작업실 한쪽. 박 화백의 대작이 탄생하는 공간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소탈하다. 23 22 2 3 4
  • 23. 경주 화가 소산 박대성 화백 삼릉으로 향하는 길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경주다웠다. 삼릉에 다다르니 언제부터 이곳에 뿌리내렸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천 년 신라왕들의 무덤 옆에 거의 예외 없이 자라고 있는 도리솔이다. 아직은 겨울빛을 다 걷어내지 못한 햇살이 도리솔 가지 하나하나마다 내리 꽂히고 있었다. 이곳 삼릉 옆에 우리나라 대표 한국화가 박대성 화백의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그 가 손수 지은 ‘불편당不便堂’이라 당호를 붙인 집을 찾았다. 육신을 불편하게 해 정신을 깨우고자 하는 그의 내면세계를 구현한 집으로 천장도 낮고 화장실도 멀어 그 집에 사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집. 하나 지 금은 헐어 그 풍경도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10년 주기로 작업실을 옮깁니다. 한 군데 머무른 적이 없어 요.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변화 때문입니다. 인간은 적응해야 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만 들어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일생을, 몇 대를 살 것처럼 집을 짓지만 때가 되면 미련 없어 떠납니다.” 새로 지은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묵향이 풍겼다. 화폭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불국사의 모습이 담겨 있 었다. 그는 작품 열에 일곱은 경주를 담는다. “40대 초반 즈음부터 50대 중반까지 사막, 고산, 오지 등 문 명이 정지되어 있는 곳들로 여행을 다니면서 작업했어요. 다른 나라의 풍경과 자연은 어떤가에 대한 의문 을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요. 뉴욕에서도 1년을 보냈어요. 그러다가 과연 내가 어디서 터를 잡고 천년배산, 박대성, 한지에 수묵 담채, 240×900cm, 1996 이후의 삶을 꾸려가는 게 좋을까 생각했더니 경주더라고요. 천 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한 왕조의 도읍이었 던 곳, 분명 거기에는 장점이 있을 테니까요. 경주는 자연이 좋아요. 좋은 자연이 있으니 좋은 역사도 따르 고요. 경주에는 그런 정황들이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어요. 그것들을 그려내는 것이지요.” 23 2013 SPRING 자연의 가르침이 붓놀림으로 살아나 박대성 화백은 정규 미술 교육은 물론 어떠한 별도의 교육도 없이 자연을 스승 삼아 독학으로 그림을 시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작하고 대성한 화가로도 유명하다. 박 화백은 1974년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공부할 때 송원명대의 주옥같 · 은 대작을 보고선 그 그림의 골짜기에서 나오는 바람을 맞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고, 그런 경험이 오늘날 차지하는 등 동양화단에서 이변을 일으킨 작가이다. 다섯 살이던 6.25 때 자 대작을 외국(미국 휴스턴 뮤지엄,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뮤지엄 등 유명 1970년대 국전에서 여덟 번 수상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큰 영향이 되었다고도 회고했다. 비록 제도권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역사 속 위대한 화가들의 대작, 주 독학의 길을 걸었다. 겸재 정선·변관식·이상범에 이어 실경 산수(고려시대 부모님과 왼쪽 팔을 잃은 상황에서도 열살에 붓을 들어 묵화부터 고서에 이 와 조선 초 중기에 걸쳐 제작된 실경화들을 주로 지칭)의 맥을 잇는 화가이 르기까지 주변의 살아 있는 교본들을 몸으로 느끼고 자기 것이 될 때까지 박물관들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에 파는 몇 안 되는 한국화가다. 변의 대자연이 그를 만들고 다듬고 성장시켰다. “옛말에 ‘학문을 하기 전에 경經 을 읽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경이란 성인들의 말씀을 먼저 이 해하라는 것이지요. 나는 그림을 그리니까 자연을 이해하는 쪽으로 입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연과 교감하면서 친화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끌어내야 하지 않는가.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지 대한데 요즘 사람들은 그것을 놓치는 것 같아요. 자연법칙과 순환은 인간의 삶에 큰 가르침을 주는 스승 인데 말이죠.” 박대성 화백은 최근 서울의 조선시대 풍경을 담아내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조금 늦은 감 이 있지만 우리 옛 선조들의 전통문화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경주박물관 에서는 ‘우리 그림 교실’을 통해 6년째 일반인들에게 전통 한국화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경주의 자연과 박대성 화백 문화 속에서 전통을 되살리며, 칠순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변화와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 박 대성 화백. 그의 초연한 태도가 천 년 고도 경주와 꼭 닮았다.
  • 24. 흙살림 _ KGC인삼공사와 함께하는 농가 이야기 충북 제천의 황기 대농 이용직 씨 , 곧게 뻗은 황기처럼 굳게 뿌리내린 흙의 삶 글 이명아 디자인 최연희 사진 이우경, 이명수
  • 25. 약초 본고장 제천의 황기 대농 《동의보감》에서는 ‘황기’를 “몸이 허약한 것을 다스리는 것으로 기력을 도와주 고, 오한과 신열이 나는 것을 멎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에 황기 한 뿌리를 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로부터 황기의 고장으로 알려진 충북 제천에서 25년째 황기를 재배해온 이용직 씨의 황기 자랑이 대단 하다. 사람의 몸을 보하는 귀한 약재라는 것이다. 황기 전업농이기에 하는 자 랑이 아니다. 실제로 약재로 쓰이는 황기는 기운을 회복시켜주는 효능 이외에 도 이뇨, 혈압과 혈당 강하, 면역 증강 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 직 씨에게 황기는 고맙고 기특한 존재이다.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있으면 뭐라 도 심고 가꾸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고, 시골 살림이다. 이용직 씨 역시 마찬가 지였다. 약초의 본고장인 제천에서 나서 자란 터라 그에게 황기는 감자, 고구 마 농사를 짓듯 익숙한 부업이었다. 더욱이 다른 작물이나 약재와 달리 건조 한 상태로 거래되는 까닭에 시세가 맞지 않으면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팔 수 있어 가격도 안정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황기에 대한 애착은 더욱 깊어졌고, 더 좋은 황기를 수확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5 10여 년 전부터는 아예 황기 전업농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재배뿐 아니 라 가공, 판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3 SPRING 농부의 발자국 소리로 자라는 황기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 “황기는 물이 너무 많아도, 적어도 안 되고, 날이 너무 더워도 뿌리가 썩고…. 예전부터 제천 황기가 유명했던 것도 그래서죠. 산간 고랭지역의 석회암 사질 토양이라 황기가 잘 자라거든요.” 봄에 파종해 가장 늦게 수확하는 황기는 일 년 내내 농부의 손을 타야 하는 까다로운 약재다. 제천 지역이 황기 재배에 적 합한 기후라 하더라도 밭 관리와 물 관리가 허술하면 수확이 어렵다는 것이 다. 특히 황기는 인삼과 마찬가지로 한 번 재배한 땅에선 다시 경작할 수 없 어 파종 전 밭을 선정할 때부터 최적의 재배지를 확보하기 위해 산과 들로 바 쁘게 움직여야 한다. 하늘 아래 어떤 생명도 정성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듯 이용직 씨의 황기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것은 봄부터 겨울까지 수백 번 의 손길과 발자국 소리로 황기를 키운 그의 정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황기는 한방 처방인 ‘십전대보탕’ ‘황기별갑탕’ ‘보중익기 용직 씨는 5년 전부터 KGC인삼공사와 계약재배를 시작하면서 친환경적인 탕’ 등의 약재로도 쓰이고 있다. 황기는 피로회복과 체력 증강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이뇨, 혈압과 혈당 강하, 면 재배 관리 시스템이 더욱 강화됐다고 말한다. “KGC인삼공사와 계약재배를 · 역 증강 작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26. 하려면 파종 전 토양 검사부터 받아야 해요. 흙에서 중금속이 검출되면 아예 경작 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리고 수확한 직후와 가공이 끝난 상태에서 각 각 한 번씩 샘플을 채취해 농약과 같은 유해 물질이 있는지 확인해요. 어떤 농 가에서는 검증 시스템이 너무 깐깐해 못하겠다고 할 정도죠.” 수확한 후 1급 수 세척을 비롯해 건조, 절단 등의 가공 역시 친환경 농산물 시설로 인정된 곳 에서만 할 수 있다. 신뢰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관장 제품의 생약제 로 쓰이는 것이기에 검증이 철저할 수밖에 없다. 흙 한 줌, 물 한 바가지까지 허 투루 사용하지 않을 만큼 KGC인삼공사의 철저한 친환경 생산 시스템에 맞 춰 재배 가공하면서 이용직 씨의 자부심은 더욱 높아졌다. 최적의 기후조건, · KGC인삼공사의 체계화된 검증시스템, 25년의 재배 노하우가 하나로 뭉쳐 수 확된 이용직 씨의 황기는 정관장 제품으로 전국에 뻗어나가 결국 우리 몸의 기 운을 돋게 해주는 ‘약’이 되는 것이다. 나의 다섯 번째 자식, 황기 이용직 씨가 지난해 10만㎡의 대지에서 수확해 KGC인삼공사에 납품한 황기 물량은 8,500kg 정도로, 전국 황기 농가 가운데서 최대 물량이다. 윤작이 불 가능한 까닭에 제천 지역에서 황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없어 올해는 작 년보다 규모가 조금 줄어들 것 같다. 그래도 그는 KGC인삼공사가 있어 황기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어 다행이라 말한다. 봄부터 혹 병이 들까, 물 26 에 뿌리가 젖을까 싶어 노심초사하며 애지중지 돌봐온 황기가 여름 더위를 버 2013 SPRING 티다 수확 2~3개월을 앞두고 뿌리가 썩어 들어가면 다 키운 자식을 잃어버린 듯 그의 마음도 까맣게 타버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것 역시 황기이다. 녹차 밭처럼 푸른 황기 잎이 우거져 초원을 이룬 밭 가운데 · 중국 황기가 범람할 때는 황기 가격이 한 근에 2,000원 서 있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가슴속 깊이 단단히 뭉쳐 있던 마음 인 적도 있었다. 보통 생산비가 5,000~6,000원 하는데 말이다. 그때 많은 농가가 크게 손실을 입거나 황기 농사 도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이다. “황기는 제 다섯 번째 자식이자 인생의 은인이 를 그만두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KGC인삼공사와의 계약으로 가격 보장은 물론 판로까지 확보되어 농가에선 죠. 제 삶의 마지막 희망이 있다면 제 이름을 붙여 황기를 판매하는 거예요.” 마음 놓고 농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직 씨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황기를 일반 판매해 전국에서 ‘이용직 황기’라면 누구나 믿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단다. 평생을 황기와 함께한 그의 마지막 꿈 역시 ‘황기’다. 과거에는 황기가 자신의 삶과 가족을 돌보기 위한 수 단이었다면 지금은 어느새 자신의 삶 자체가 된 황기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 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것이다. 흙은 언제나 정직하다. 쏟은 정성만큼, 시간 만큼, 노력만큼의 결과를 우리에게 돌려준다.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자라고 삶을 꾸려온 우직한 농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곧은 마음과 넉넉함은 그래서 일 것이다. 그리고 평생을 흙에서 살아온 이용직 씨의 짙은 애정과 자부심이 녹아 있는 황기는 흙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 27. 흙은 언제나 정직하다. 쏟은 정성만큼, 시간만큼의 결과를 우리에게 돌려준다.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자라 하나의 뿌리로 곧게 뻗는 황기처럼 그의 삶도 어느새 황기를 닮아가고 있다.
  • 28. 명인 _ 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 이형만 1
  • 29. 담담히 연마하는 광채 나전장 이형만 글 장선애 디자인 최연희 사진 이명수 내가 태어난 시골집 안방에도 자개장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엄마는 대가족 부엌살림에, 밭일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마른걸레질을 잊지 않았다. 엎드려 방을 훔쳐내는 사이사이 아주 잠깐이었지만 장 을 닦는 손끝을 따라 활짝 핀 매화가, 또 훨훨 나는 두루미가 엄마 가 슴에 가 박히는 것 같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참 애잔한 풍경이다. 없는 살림에 해 보낸 혼수래 봐야 그 시절 어느 집에나 한 번쯤은 자 리했을 물건이었을 테지만 적어도 그 자개장이 엄마에게만큼은 어른 이 되어가는 삶의 어떤 매듭 같은 것으로 남았을 것이다. 어지간한 살 림집에서 자개 장롱이며 문갑, 그릇장, 경대를 세트로 맞춰 들이는 것 이 유행이던 1960~70년대의 후광이 빚은 풍경이었다. 그 시절의 호황은 경남 통영이었다. 조선시대부터 부산과 여수를 잇 는 거점으로 물자가 풍부했던 곳. 충무공이 삼도 수군통제사가 되어 29 전국 공인들을 불러모아 일으켰던 12공방 역시 통영의 명물이었다. 부채, 옻칠, 장석, 자개, 갓, 가죽, 금, 은 등 12공방에서 만들어진 공 2013 SPRING 2 예품이 경제 성장을 부르짖던 시절에 다시 호황을 탄 것이었다. 자개 공예가 발달하자면 자개패, 소목, 칠공, 기능과 장식을 가미하는 장석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이 나란히 발달하기 마련인데 통영은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던 셈이 · 다. 그러니 통영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훗날 공방의 편수가 되고, 장 인이 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1946년에 태어난 소년 이형만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통영에 있던 기술원양성소에 입학해 평생 스승으로 모신 일사 김봉룡 선생과 만났다. 1966년 김 봉룡 선생이 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칠기장으로 인정받으면서 제 3 자 전수생으로 이름을 올렸고, 같은 해 지역 공모전 최고상인 경상남 도지사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약관의 나이였던 이형 만의 삶이 그 즈음 결정되었던 것일까. 심지 굳고 명석했던 청년 이형 만은 어느새 머리 위로 허옇게 서리꽃을 피운 채 일흔을 바라보고 있 1 아교를 발라 붙인 자개를 인두로 지짐질해 상감한 상태. 이를 잘 말려 따뜻한 물로 다. 차마 헤아릴 수 없는 그간의 일들은 옻칠 위에 뜨겁게 상감해 들 아교를 잘 씻어낸 뒤 옻칠과 사포질을 번갈아 반복하면 매끈하고 고운 자개의 빛이 서서히 살아난다. 2 오색 광채가 아름다운 함. 모던한 디자인과 흑칠이 자개의 화려 어앉은 자개의 아름다움에 가만히 묻어두어도 좋을 것이다. 화려한 하고 영롱한 빛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3 옻칠의 다양한 컬러로 시선을 사로잡는 석 류 무늬 소반. 완성된 듯 보여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만지기를 반복해야 한다. 듯하면서도 담담하고, 변화무쌍하면서도 은근하니 참한 멋이란.
  • 30. 마흔다섯 단계를 거쳐 드러나는 빛 자개. 오색 광채가 나는 조개, 전복 같은 패류의 껍데기로, 이것을 모 1 양 내 목재로 만든 기물에 붙이고 옻칠해 만드는 공예를 나전칠기螺鈿 漆器 라 한다. 자개를 채 썰 듯 얇게 잘라 칼로 끊어가며 붙이는 기법을 끊음질, 기러기나 매화, 석류 등 동식물 모양을 실톱으로 오려내 붙 이는 것을 줄음질이라 한다. 시대별로 타발법, 조패법 등 다양한 기법 이 성행했으나 이형만 선생은 그중에서도 줄음질의 대가로 1996년 스승에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으로 지정되었다. 그의 작업 과정은 대체로 마흔다섯 단계 공정을 거친다. 본뜬 문양대로 주름질 2 해서 밑그림에 붙여둔 자개를 백골 상태의 기물에 아교를 발라 인두 로 붙인다. 아교를 씻어낸 뒤에는 옻칠과 건조, 사포질을 번갈아 하면 서 자개 고유의 매끈한 빛을 살려내는 과정이 반복된다. 너무 많이 갈 아내면 자개가 녹아버리기도 하고, 지짐질하는 인두 역시 온도나 힘 조절이 잘못되면 순식간에 빛을 잃거나 타버리고 만다. 민감하고 섬 세하기를 이에 비할까마는 인두로 지진 자개가 치익- 소리를 내며 자 리로 가 박힐 때는 구경꾼 가슴조차 저릿해졌다. 등골이 슬쩍 오그라 들면서 아릿해지는 감흥이다. 파고들어가 상감한 것, 은근한 연마, 영 원을 부여하는 옻칠, 그제야 드러나는 오색 광채. 작업을 이어가는 30 그의 모습은 결연함마저 감돌았는데 고행하는 수도자의 모습이 마치 2013 SPRING 이와 같지는 않으려나, 장인의 뒷모습에 중첩되었다 사라진다. 적게 는 수개월, 많게는 2~3년을 들여 한 작품을 완성해내는 일이 곧 수행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과 다르지 않음을 가만히 짐작해볼 뿐이다. · 3 “일사 선생님을 따라 전남 통영에서 강원도 원주로 옮겨와 정착한 것 1 장석으로 마감한 보석함. 결구를 보강하는 장석은 단정하고 견고한 멋을 이 벌써 사십 년이 넘었네요. 이곳에서 일사 선생님을 통해 무위당 장 더한다. 2 2mm 두께도 되지 않는 얇은 실톱으로 전복 패를 줄음질 하는 모 습. 3 공방 한쪽의 건조실. 옻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마르지만 마른 뒤에는 일순 선생님과도 인연을 맺었습니다. 스승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제 습기도 해충도 먹지 않는다. 4 옻칠은 옻나무에서 받은 수액을 그대로 쓰기 도 하지만 안료를 섞어 정제하면 이렇게 다양한 색깔이 난다. 선생이 정착한 가 지금껏 어떻게 버텼을지 캄캄할 때도 많아요. 1988년에 국무총리 원주는 세계 최고 품질의 옻 생산지로 정평이 나 있다. 상을 받으며 우쭐해 있는 제게 스승님이 이르신 단 한마디는 ‘나서면 꺾여’였어요. 그때는 그 말씀이 그렇게 서운했는데, 이제는 어디서 무 엇을 하든 간에 그 말을 늘 새겨보게 됩니다.” KGC인삼공사에서 나전장 이형만 선생님께 정관장 홍백작을 드립니다 그리고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가슴에 박혀 있는 스승님들의 가르침 선생은 지난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 한 가지. 오로지 정직하라. 단 한 공정도 빠뜨리지 말고, 스스로를 속 석했던 각국 대표에게 선물한 나전칠 기 태블릿PC를 만든 주역이었습니다. 이지 말아라. 그리하면 잘못될 일이 없느니라. 장인은 다시 그 가르침 첨단과 전통, 나전칠기의 현대적 해 석을 위해 노력하는 이형만 선생님을 을 받던 약관의 마음으로 돌아가 담담히 빛을 연마한다. 깊고 뜨겁게 KGC인삼공사가 응원합니다. 들어 앉아 뭉근하고 지긋하게 드러나는 빛. 참으로 곱고 환한 빛이다.
  • 31. 4
  • 32. 전통예찬 _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 서울대 국악과 힐러리 바네사 핀첨 성 교수
  • 33. 한국의 소리가 나를 불렀다 The sound of Korea called me 서울대 국악과 교수 Hilary Vanessa 힐러리 바네사 핀첨 성 Finchum Sung 글 이환길 디자인 윤범식 사진 김동오 A Blue-eyed Woman Obsessed with Traditional Korean Music 그대 금발의 쪽머리를 빚고 푸른 눈을 들어 한국을 연주해달라. 그렇게 가지런히 천천히 사랑해달라. 당신이 우리 So touched was she by traditional Korean music, 의 것에 취하고 우리의 것이 당신에 취할 수 있게, 우리가 온전히 우리가 될 수 있게. Hilar y Vanessa Finchum Sung came to Korea Lady with blue eyes and blonde hair in a chignon, May you play and love Korean music forever, As long as Korean culture captivates you, As long as you and Korean culture are one. to learn all about it. Born in Tenessee, U.S., she had nothing to do with Korea until she fell in love with traditional Korean music while studying ethnomusicology at Indiana University. In 1997, 푸른 눈의 그녀, 국악에 취하다 her professor recommended Korean shaman music 바람이 분다. 소리가 흘러든다. 봄바람에 돛배 출렁이듯 마음 따 to her and she listened to sinawi for the first time in 33 라 흔들흔들 해금을 연주한다. 활대와 현 사이로 봄꽃 같은 소리 her life. She was originally interested in studying 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소리란 것이, 음악이란 것이 사람의 마 music therapy, but the unique ensemble of music 2013 SPRING 음을 사정없이 개화開花시키기에 차마 그 흥을 따르지 않을 수 없 within the framework of the Korean rhythmic cycle 을 터. 한국의 소리에 취한 푸른 눈의 핀첨 성 교수는 그 소리의 깊 ( Jangdan) captivated her. “I thought that Korean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이를 알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미국 테네시 주 태생으로 한 music would be similar to Chinese or Japanese music, · 국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던 그녀가 국악에 빠지게 된 것은 인디애 but I was completely wrong. Korean music was so 나 대학에서 음악인류학을 공부하면서부터. 1997년, 음악치료에 beautiful that I almost cried when I heard it for the 관심이 있던 그녀에게 교수가 한국 무속음악을 권유했고, 처음으 first time. It was almost like the sound of nature, 로 한국의 ‘시나위’를 접했다. 일정한 장단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which, I think, is because traditional Korean musical 튀는 음색은 그녀의 마음을 두드렸다. “중국이나 일본 음악과 비 instruments are made of natural materials.” In 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달랐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아 2002, Professor Finchum Sung received her Ph.D. 름다웠어요. 마치 자연의 소리를 듣는 듯했죠. 한국 전통 악기가 in Ethnomusicology by studying Korean music at 자연의 재료로 만들어져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2002년에는 인 Indiana University and did postdoctoral research 디애나 대학에서 한국음악 전공으로 음악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 at the Center for Korean Studies, UC Berkeley, 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는 박사 후 on a scholarship. She then joined Seoul National 장학금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에게 서울대학교 국악과가 손 University as the first foreigner to teach traditional 을 내밀었고, 마침내 외국인 최초로 국악과 교수가 된 것이다. Korean music at the university.
  • 34. 핀첨 성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음악이론을 가르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세 계의 다양한 민족음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연구도 멈추지 않습니다. 국악 관 련 여러 서적을 출판하고 번역했으며, 또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주제로 한 논문을 수차례 썼습니다. 국악은 그녀를 통해 더 너른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Professor Finchum Sung teaches traditional Korean music theory and world music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She has translated and published books on traditional Korean music and many essays on the globalization and popularization of traditional Korean music. She serves as a vital link between traditional Korean music and the rest of the world.
  • 35.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가장 한국다운 것을 찾아 고궁을 거닐고, 뜰에 앉아 전통차를 마시며, 가족과 둘러앉아 된장찌개를 먹습니다. 먼 미국땅에서 온 그녀는 한국이란 낯선 풍경 속에 조금의 어색함도 없 이 천천히 스며들었습니다. She visits royal palaces, enjoys a cup of traditional Korean tea, and likes to make doenjang-jjigae (soybean paste stew) for dinner with her family. She is no longer a stranger from the west; she is integral part of Korea. 우리의 것을 우리가 더 잘 알도록 The More We Know about Our Music 이론을 중심으로 교육하지만, 소리를 다뤄보고자 하는 욕심도 없지 In Korea, traditional Korean music education tends to focus on 않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그녀가 지금은 해금을 연주한 theory, but Professor Finchum Sung was eager to study traditional 35 다. 국악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어 해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울적한 Korean music in more depth by playing Korean instruments, so 날에는 정악을 연주하고, 때로는 풍류객들과 어울려 한껏 흥을 살린 she started learning to play the haegeum (a two-stringed bowed 2013 SPRING 다. 사과를 통째로 씹듯, 질감이 살아 있는 산뜻한 음색을 가슴으로 instrument). She now plays jeongak, traditional Korean classical 삼키며 한국의 정서를 천천히 소화해낸다. 핀첨 성 교수는 마음 한편 music, on somber occasions and lively pungryu music with others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의 아쉬움을 또한 잊지 않고 전한다. 국악을 사랑하는 국악과 교수로 when having fun. Though a foreigner, she knows how to express · 서 국악의 세계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그 이전에 Korean sentiments in music. Like most traditional Korean music 국내의 대중화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국악은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 lovers, Professor Finchum Sung hopes to see the globalization 이 충분하지만, 세계화에 앞서 국내화가 우선입니다. 안타깝게도 한 of traditional Korean music, but she points out that the Korean 국 젊은이들은 국악을 잘 몰라요. 국악은 한국인의 정체성이 담긴 음 people’s love for their music should be a prerequisite. As she says, 악인데, 오히려 서양음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어요. 아이들은 “traditional Korean music is great enough to reach out to the 피아노, 바이올린만 배워요. 가야금을 배우는 건 아주 특별한 경우입 world, but, to my regret, many young Koreans do not understand 니다. 어릴 때부터 국악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고 생 their own musical heritages as well as they do Western music. For 각해요. 학기마다 국악 교육 과정을 충분히 마련해야 합니다.” 한복 instance, Korean children usually learn to play piano or violin 을 입고 조근조근 한국말로 국악에 대한 애정과 우려를 읊조리듯 말 and very rarely learn traditional Korean music instruments like 하는 핀첨 성 교수. 국악을 이야기하는 내내 가슴속 설렘이 두근거리 the gayageum (a 12-stringed Korean zither). I think it’s important 며 장단을 맞춘다. 김치찌개처럼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한국을 향한 for children to have an opportunity to be exposed to traditional 그 열정에, 흰 쌀밥처럼 따뜻한 감사를 전할 일이다. Korean music and learn it in school.”
  • 36. 그림 에세이_윤두서 나물 캐기 나물 캐기, 윤두서, 삼베에 수묵, 30.4×25cm, 17세기, 녹우당 소장 제비가 화신 들고 오면 아낙네 캐는 쑥 맛 어찌 달지 않을쏜가 윤두서 나물 캐기 글 손철주 디자인 오신혜
  • 37. 시골 풍정에 눈 밝은 시인이 있었으니, 그는 조선 후기를 다. 옛 문인들이 즐겨 썼던 말로 깨단한다. ‘제비가 오 살다간 이규상이다. 가난하지만 정겨운 여염집 부부의 지 않으면 꽃이 피지 않는다네燕子未來花未開.’ 그러한즉, 나날, 그리고 억척스레 사는 농부와 어부의 애환이 이 제비는 화신을 들고 온 메신저다. 초목 한 그루 보이 규상의 시에는 차고 넘친다. 지 않는 산과 달리 그 아래쪽 비탈길은 어떤가. 애저 개중에 시골 아낙을 읊은 시는 참으로 곰살맞다. 이를 녁에 꼼지락거리는 것들이 있어 발밑이 소란스럽다 테면 이런 시다. ‘모래 녹고 개울물 따뜻해 억새 순이 새 했더니 봄풀이 기다렸다는 듯이 돋아난다. 눈에 띄 록새록/ 파란 아지랑이 걷히자 백로는 날아오르는데/ 는 것은 해토머리 헐렁해진 흙을 뚫고 고개를 들이미 시골 아낙인들 봄빛을 사랑하지 않을까/ 남몰래 진달래 는 어린 쑥이다. 촌부들은 코끝에 흙내가 물큰 풍기 가지 꺾어 머리에 꽂아보네.’ 면 기막힌 눈썰미로 풀 더미에서 쑥을 찾아낸다. 개울은 우수가 지나면 풀린다. 물가에 아지랑이 걷히자 아낙네 둘이 지금 쑥 캐느라 바쁘다. 둘 다 홑겹 차림 햇살이 반가운 오리들은 앞다투어 헤엄친다. 해오라기 으로 나왔으니 어깨에 떨어지는 햇살이 다분할 테다. 날갯짓에 놀란 봄은 기지개를 켜고 민가를 찾아 스멀스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차림새가 똑같다. 속바지가 드 멀 다가온다. 분단장조차 모르는 아낙네지만 춘심은 기 러나도록 치마를 위로 추어올린 뒤 앞 춤에 묶었다. 어코 가슴에 스며드는 모양이다. 햇발 좋은 언덕에 피어 저래야 무릎 굽혀 일하기가 편하다. 아래쪽 여인은 난 진달래꽃을 보자 저도 모르게 손이 가고 한 가지 냉 망태기를 들고 뾰족한 손칼을 잡았다. 발치에 돋아 큼 꺾어 뒷머리 비녀에 꽂는다. 남이 볼까봐 그녀의 볼 난 두어 낱의 쑥을 캐려고 고개를 숙이는 참이다. 위 이 발그레 물든다. 이규상의 시에서 봄은 여리고 여인은 쪽의 여인은 고개를 돌려 내려왔던 길을 다시 본다. 수줍다. 놓친 쑥 하나를 뒤늦게 발견한 모양새다. 오늘 저녁 이규상보다 앞선 세대에 윤두서란 화가가 있다. 그의 시 밥상에 끓여 올릴 쑥국을 생각하며 두 여인은 두리번 37 골 사랑은 이규상에 못지않다. 윤두서는 버젓한 문벌 거린다. 쑥은 쓰디쓰다. 하여도 시골 사람들은 그 맛 출신이다. 증조부가 ‘어부사시사’를 지은 윤선도이고, 외 이 다디달다 한다. 국물에 우러난 쑥은 어김없이 돌 2013 SPRING 증손이 《목민심서》를 남긴 정약용이다. 하지만 윤두서 아온 봄의 맛이 아니던가. 는 벼슬과 거리가 멀었다. 대신 시와 글씨와 그림에 마 시골 여인의 속내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는 이규상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음을 주었다. 그의 작품 ‘자화상’은 국보로 지정됐으니 의 시 하나를 더 보자. 아내는 낮에 쑥을 캐지만 남편 · 모르는 이가 없지만, 그것보다 시골살이에 정을 붙여 아 은 멀리 장보러 첫 새벽에 집을 나섰다. 쑥국을 끓이 랫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을 그린 풍속화로 미술사에 기 랴 저녁밥을 지으랴, 부산을 떠느라 피곤이 몰려오는 록된 이름이 더 아름답다. 그에게도 봄을 그린 그림이 데, 남편은 여태 기척이 없다. 그 정을 알아차린 이규 있다. 시골 여인들이 봄볕 따사로운 들판에서 일하는 장 상의 시가 이렇다. ‘밥그릇 솥에 넣어 불에 조금 데운 면이다. 뒤/ 등잔 아래 아내는 팔을 베고 조는구나/ 닭이 울 그림 제목은 ‘나물 캐기’다. 민둥산 너머로 강남 갔던 제 때 먼 장터로 나간 남편/ 돌아와선 말하겠지, 달이 비가 돌아왔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부르는 것은 아니 높이 걸렸더라고’. 시골의 정나미가 이러할진대 봄날 지만, 반가운 건 머잖아 꽃소식이 들려올 조짐이 보여서 의 쑥 맛이 어찌 달지 않을쏜가. 글을 쓴 손철주는 서울경제, 국민일보, 동아닷컴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며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했다. 신문사 문화부장과 취재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도서출판 학고재 주간과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꽃피는 삶에 홀리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다 그림이다》(공저)가 있다.
  • 38. 꾸밈 _ 달항아리 모티프 아이템으로 꾸미는 집 안 단장 너그러운 선과 은은한 빛을 품은 달항아리 공간 속에 어우러지다 글 윤연숙 디자인 심혜진 사진 김동오 스타일링 김은희(세컨드 플로어) 어시스트 김현숙, 공효선 제품 협조 공평 아트샵(070-4214-0070), 김중식 작가, 김코디네(031-439-3639), 리모드(02-2051-9888), 바다디자인 아틀리에(02-592-5342), 오관진 작가, 종이나무 갤러리(02-766-3397), 최순우 옛집(02-3675-3401), 8colors(070-8654-3637) 39 38
  • 39. 달항아리를 그린 작품은 오관진 작가의 비움과 채움/ 석류가 놓인 원목 커피 테이블은 리모드 39 집 안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전실이나 마땅히 놓아둘 가구가 없는 2013 SPRING 벽면 등의 공간에 행운을 부르는 달항아리 그림을 기대어 놓는다. 달항아리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에 주목한 오관진 작가의 작품은 현대적인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인테리어와도 잘 어우러져 작은 갤러리를 완성하기에 충분하다. · 집 안으로 들이는 풍요와 행복 백자 달항아리는 생긴 모양이 달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보름달같이 둥글고 넉넉한 형태와 온기를 담은 유백색, 다소곳한 입과 굽이 조 화를 이뤄 어질고 선하며 풍요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위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여 좌우 대칭이 맞지 않지만 이러한 조형상의 특징이 오히려 달 항아리의 독특한 멋을 만들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살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달항아리는 도예가는 물론 많은 예술가에게 무한한 창작의 주제가 되었다. 평생 달항아리를 그린 故 김환기 화백, 故 도상봉 화백을 비롯해 사진가 구본창, 서양화가 강익중 등 현대 중견 작가들까지 여 러 예술가들이 달항아리의 미학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달항아리는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집 안을 꾸미는 소재로서도 단연 돋 보인다. 달항아리가 품어내는 넉넉함과 복의 기운,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양면의 아름다움은 이를 모티프로 한 작품에도 고스란히 전해져 그저 무심하게 거실 한구석에 놓아두어도 공간을 더없이 멋스럽고 기품 있게 연출해준다.
  • 40. 자연스러우면서도 간결하고 단정해서 더 깊이 있고 질리지 않는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는 달항아리와도 잘 어울린다. 포인트가 되는 색감의 오브제를 매치하면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 회색 패브릭 소파는 김코디네, 소파 위의 달항아리 그림이 있는 쿠션은 8colors, 메릴린 먼로를 달항아리 속에 그려 넣은 작품은 김중식 작가의 달항아리와 마를 린 먼로, TV장 위에 올려놓은 달항아리는 신철 작가의 작품으로 공평 아트샵, 진 회색의 패브릭 이지 체어는 김코디네 40 41
  • 41. 스타일리스트 김은희 실장이 제안하는 달항아리 모티프 아이템 환하고 둥근 달처럼, 달항아리 모티프 오브제로 공간을 채우다 누가 보아도 한국의 대표적인 미가 돋보이는 게 달 항아리 아닐까 한다. 그렇다 보니 달항아리를 주 2 제로 한 제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인테리어에 적용할 수 있는 재료들을 찾아보았다. 달항아리 의 담백함과 너그러운 선 때문인지 어떠한 소재와 도 잘 조화되고, 보기만 해도 넉넉해지는 기분이 들게 해 집 안에 들이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다. 1 3 5 4 41 2013 SPRING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 6 7 8 1 달항아리 모양의 은은한 테이블 조명은 종이나무 갤러리 2 자그마한 나비 패턴이 경쾌한 달항아리는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3 참새 두 마리가 정답게 그려져 있는 달항아리는 김순식 작가의 작품 4 달항아리 무늬가 있는 소형 한지 조명은 종이나무 갤러리 5 달항아리에 꽃과 집을 그려 넣은 브로치는 최순우 옛집 6 예수의 얼 굴상과 달항아리 도자기를 캔버스에 붙여 채색한 작품은 김중식 작가의 시.공.합.일 달항아리와 예수님 7 하얀 새와 함께 놓인 달항아리 오브제는 김경희 작가의 작품으로 공평 아트샵 8 달항아리를 그린 캔버스 작품은 오관진 작가의 비움과 채움 스타일리스트 김은희 실장은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전문으로 하는 ‘세컨드 플로어’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리빙센스 까사 메종 Z:IN 스타일링 등 다양 한 매거진을 통해 감각적이고 세련된 작업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 42. 치유밥상_ 김수영 작가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홍삼 요리 꿈을 이뤄주는 건강한 밥상 글 최수정 디자인 최연희 사진 김동오 스타일링 문인영(101recipe) 어시스트 김가영
  • 43. 꿈의 멘토 김수영 작가와 문인영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만나 건강한 밥상을 차렸다. 건강한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듯 봄도 봄의 요리를 먹어봐야 진국으로 느낄 수 있다는 입담으로 시작한 요리는 이내 풋풋한 봄의 맛을 담아냈다. 냉이전과 봄동 비빔밥으로 차린 봄 밥상에 바짝 다가 앉아 얼른 숟가락을 올리고 싶어진다.
  • 44. 꿈의 멘토 김수영 작가 중학교도 중퇴한 소위 ‘문제아’였던 김수영은 검정고시로 1년 늦게 실업계인 여수정보과학고에 입학했다. 기자의 꿈을 안 고 연세대에 당당히 합격하면서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인생의 3분의 1은 한국에서 살 았으니 다음 3분의 1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마지막 3분의 1은 가장 사랑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첫 번째 꿈을 이루기 위 해 2005년 무작정 런던행 비행기표를 끊고 한국을 떠나며 세계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7년간 70여 개국에서 47가지의 꿈 을 이뤄왔고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출간했으며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서 꿈의 파노라마 2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다큐멘터리, 책, 앱, 축제, 워크숍, 강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꿈의 씨앗을 나누어주고 있다. 44 45
  • 45. “홍삼을 넣어 만든 냉이전과 봄동 비빔밥입니다. 그 맛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어서 이리로 앉아 봄을 맛보세요.” 문인영 이제 곧 경칩이 지나면 날씨가 따뜻해지고 땅에 서 새싹들이 돋기 시작하겠네요. 봄의 기운을 옹골지 게 채운 냉이와 봄동으로 만든 요리를 소개해드릴게요. 김수영 봄이 되면 겨우내 추워서 움츠렸던 때문인지 더 나른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지난 겨울은 매섭게 추 운 날이 정말 많았지요. 체력 관리에 신경 써야 할 때 홍삼으로 만든 건강식품을 챙겨 먹었는데 홍삼으로 만든 요리는 처음 접해봅니다. 꼼꼼하게 레시피를 적 로 음식을 접하게 되니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먹었 어두고 올봄에 꼭 만들어 먹어봐야겠어요. 던 것들에 이제는 아예 손이 가질 않아요. 작년 초 태 문인영 홍삼 특유의 쌉싸래한 맛 때문에 요리에 농축 국에서 10일 동안 단식을 해봤어요. 처음에는 명현 현 액이나 분말을 넣는 것을 고민하실 텐데요. 홍삼은 요 상이 생겨서 조금 힘들다가 그 시기를 넘기니 몸이 맑 리 본연의 맛을 크게 좌우하지 않으면서 영양을 더해 고 깨끗해지며 에너지가 샘솟는 느낌을 경험했어요.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건강한 요리를 완성할 수 있 그 이후로 인공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술 등 45 어요. 봄동 비빔밥은 봄동을 무친 양념장에 홍삼농축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잔잔한 강물에 돌을 던 액을 넣었고요. 냉이전은 홍삼분을 넣어 반죽을 만들 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즉각적으로 몸에 반응이 오 2013 SPRING 었어요. 향긋한 냉이 냄새와 홍삼 향이 식욕을 돋아줍 는 거죠. 니다. 문인영 단식이 디톡스 작용을 했나 봐요. 지속적으로 자연 전통·문화와 사람을 잇는 가교 심 김수영 홍삼은 마시거나 환으로 섭취하는 것이 전부 그런 생체 리듬을 지켜가면 참 좋을 텐데 요즘 같은 때 · 였는데 이렇게 요리에 넣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는 몸에 좋은 음식만 먹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 돼서 참 좋네요. 레시피도 간단하고요. 봄동 무침이 어요.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약간 씁쓸할 것 같았는데 현미밥에 비벼 먹으니 고소 김수영 평소에는 강연하는 날이 많고 꿈과 관련한 비 하고 담백한 맛이 더 많이 나네요. 냉이전도 향긋하고 즈니스로 바쁘게 지냅니다. 그래도 일주일에 세 번씩 요. 저는 요리에 관심은 많은 편인데 자주 만들어 먹지 헬스장에 가고 명상이나 요가도 합니다. 그리고 발리 는 못해요. 그래도 인스턴트식품은 최대한 피하려고 우드 댄스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죠. 중요한 강연이 있 노력해요. 요리는 단지 허기를 채우는 과정이라기보다 는 날이면 아침을 꼭 든든하게 먹고 홍삼을 챙겨 먹어 나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으 요. 꾸준히 홍삼을 섭취해온 편이라 기력이 부족하다 고 느낄 땐 바로 홍삼을 찾는 편이에요. 홍삼이 몸에 좋은 것을 스스로 느껴서인지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할 기회가 생기면 고민하지 않고 홍삼 을 선택하게 돼요. 건강해야 꿈도 이룰 수 있잖아요.